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연내 기준금리 인하는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며 올해 연준의 기조 전환을 기대하는 시장을 향해 경고를 날렸다.
연준이 4일(현지 시간) 공개한 지난해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의사록을 보면 연준 위원들은 “대중의 오해로 금융 여건이 부적절하게 완화되면 물가를 안정시키려는 연준의 노력을 복잡하게 만들 것”이라고 경계했다. 이어 의사록은 “올해 금리 인하가 적절하다고 예상한 위원은 없었다”는 점을 명시했다. 연준이 올 1분기에 금리 인상을 멈추고 하반기 ‘피벗(통화정책 방향 전환)’에 나설 것이라는 시장 전망에 선을 그은 것이다.
실제로 FOMC 위원들이 점도표에서 제시한 올해 말 금리 전망치는 5.0~5.25%로 현재의 4.25~4.5%보다 0.75%포인트나 높다. 의사록은 “위원들은 물가 상승률을 목표치인 2%로 낮춰야 한다는 강한 의지를 확인했다”며 “역사적 경험은 조기에 통화를 완화하지 말라고 경고한다”고 강조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연준이 당분간 금리를 높게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과소 평가하지 말라고 경고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연준 내에서 가장 매파적인 인물로 분류되는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연방준비은행 총재도 이날 “올해 상반기 중 금리를 5.4%까지 올려야 한다”며 분위기를 이어갔다. 그는 “앞으로 물가가 진정될 조짐을 보이지 않는다면 금리를 추가로 인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경기 침체 우려에도 연축이 긴축 의지를 꺾지 않는 데는 여전히 견고한 노동시장이 큰 영향을 미쳤다. 이날 미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구인 건수는 1046만 건으로 전월의 1051만 건 대비 소폭 감소했지만 여전히 1000만 건을 넘어 노동시장의 과열을 확인시켜줬다. 자발적 퇴직자 수도 11월 417만 명으로 18개월 연속 400만 명을 넘었다. 연준이 임금 인상발(發) 인플레이션 장기화를 차단하기 위해 긴축의 고삐를 늦추지 않으려 한다는 의미다.
다만 금리 인상 폭에 대해서는 물가와 노동지표 등을 주시해 “유연성을 유지할 필요성이 있다”며 긴축 속도 조절 가능성을 열어뒀다. 월가는 지난해 12월 빅스텝(0.5%포인트 금리 인상)을 단행한 연준이 이달 말 0.25%로 인상 폭을 줄일 것으로 보고 있다.
연준의 강경 기조에도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이날 일제히 상승해 피벗 기대가 수그러들지 않았음을 나타냈다. 캐피털이코노믹스의 폴 애시워스 북미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은 연말 전에 금리를 내리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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