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딸 김주애가 대외에 공개되면서 향후 후계 구도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최근 보도해 눈길을 끌고 있다.
북한은 새해 첫날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6차 전원회의 결과를 보도하면서 김 위원장이 둘째 딸 김주애와 함께 ‘북한판 이스칸데르’ 미사일로 불리는 KN-23을 둘러보는 모습을 조선중앙TV에 공개했다. 북한 매체에 김주애 모습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앞서 김주애는 지난해 11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시험 발사 현장과 시험 발사를 축하하는 행사 등에 모습을 드러낸 바 있다.
NYT는 이날 ‘김정은의 가장 총애받는 딸이 북한의 차기 지도자인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김 위원장의 자녀가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 모습을 나타낸 점, 북한 매체가 김주애를 “제일로 사랑하시는 자제분” 등으로 존칭한 점 등에 전문가들이 주목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 대다수는 김주애가 미래세대를 상징하며 김 위원장이 후대 안전을 위해 핵무기를 고도화하고 있음을 선전하는 동시에 4대 세습의 필요성을 부각했다는 데 동의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김주애가 김 위원장의 대를 이어 ‘4대 세습 지도자’가 될 것인가에 대해선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이번 사진 공개와 관련해 NYT에 “김주애가 후계자가 될 것임을 북한 주민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세심하게 마련된 계획의 일환일 수 있다”고 밝혔다.
NYT는 김정은 위원장이 김주애를 후계자로 택할 경우 가부장제가 뿌리 깊은 북한에서 ‘이례적인 결정’이 될 것이라고 봤다. 하지만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세 아들 중 막내인 김 위원장이 정권을 이어받은 것 역시 ‘이례적’이라는 점 △김 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과 최선희 외무상 등 권력 핵심층에 여성이 없지는 않다는 점도 김주애의 후계자 선정 가능성을 뒷받침한다고 분석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후계자를 일찍 공개해 이전의 시행착오를 피하려 한다는 분석도 있다. 김 위원장이 후계자라는 사실은 오랜 기간 감춰져 왔는데 이런 탓에 정권을 이어받은 뒤에도 상당 기간 통치 능력에 의구심을 받아왔다. 김 위원장이 자신이 겪은 이런 회의론을 피해갈 수 있도록 일찌감치 후계자를 전면에 내세운 것일 수 있다는 것이다.
김주애가 후계 구도에서 앞서있다고 보긴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탈북민인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은 “김 위원장의 아들이 있는 상황에서 김주애가 후계자라고 결론 내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도 김정은 위원장의 자녀 가운데 특정한 한 명을 우상화하는 작업이 시작돼야 진짜 후계자가 드러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탈북 외교관 1호인 고영환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원장은 이날 일본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딸 김주애를 공개한 것은 권력세습 의지를 밝힌 것으로 후계자는 첫째 아들이 될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고 전 부원장은 “아들을 공개하지 않은 것은 권력에 혼란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라며 “아들을 공개하면 북한 간부들이 ‘미래의 지도자’라고 생각해 아들 앞으로 줄을 서게 될 것이고, 이것이 김 위원장의 권력에 흠집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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