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정부가 대규모 병력을 동원해 요란한 군사작전을 펼친 끝에 멕시코의 마약왕 '엘차포'의 아들을 5일(현지 시간) 체포했다. 미국-캐나다-멕시코 간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3년 전 당국이 풀어줬던 마약사범을 도로 체포하자 최근 마약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미국의 눈치를 본 조치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멕시코 마약 카르텔의 실질적 수장인 오비디오 구스만(32)이 이날 새벽 북부 시날로아주의 쿨리아칸에서 마약 유통·밀매 등의 혐의로 붙잡혀 검찰에 넘겨졌다. 멕시코 국가방위대와 군경은 체포 과정에서 밤새 갱단과 치열한 총격전을 벌였다. 온라인 상에는 헬기를 동원한 사격으로 밤하늘이 환하게 변한 모습과 이륙 중이던 항공기에 갱단이 총격을 가해 승객들이 겁에 질린 모습 등이 공유되기도 했다. 도심 곳곳의 거리가 봉쇄됐고 지자체 건물과 쿨라이칸 공항, 학교도 일시 폐쇄됐다. 쿨리아칸 시장은 트위터를 통해 "시민들은 집 밖을 나서지 말라"고 촉구했다. 보안 당국은 체포 작전 중 경찰관 1명이 숨지고 보안요원 6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앞서 2019년에 멕시코 당국은 오비디오를 전격 체포했지만 이에 반발한 지역 갱단이 군경과 전면전을 벌이며 대대적인 탈옥 사태 및 인명피해가 발생하자 결국 석방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당시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안팎으로 거센 비난을 받았음에도 빈곤과 불평등 해소로 마약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이른바 '총기 대신 포용' 전략을 고수했다.
하지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문을 앞두고 재차 마약 카르텔 소탕에 나서자 멕시코 정부가 강경 기조로 마약 정책을 선회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미국에서 합성마약인 펜타닐 과다복용으로 인한 사망자가 급증하며 멕시코는 마약 카르텔과 싸워야 한다는 압박을 (미국으로부터)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오비디오가 이끄는 시날로아 카르텔은 코카인, 마리화나는 물론 헤로인보다 약 50배 더 강력한 펜타닐도 직접 제조·유통했으며 시날로아에만 약 12개의 마약 실험실을 차렸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이에 미 국무부가 주시하고 있는 오비디오를 보란 듯이 체포해 미국의 소탕 압박에 응답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로이터는 “오비디오가 그의 아버지인 호아킨 엘차포 구스만처럼 미국으로 송환될지는 미지수”라고 덧붙였다. 엘차포는 25년 간 대규모 지하터널을 이용해 마약 수백 톤을 미국으로 밀반입한 혐의로 2017년 종신형을 선고받고 미 콜로라도에서 복역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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