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의 노동 개혁은 갈등을 피하지 않는다는 점이 (과거 정부와) 다릅니다. 구조 개혁을 통해 제도적으로 약자가 올라오고 강자가 양보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윤석열 정부가 방향을 잘 잡았습니다.”
지난해 12월 27일 서울경제가 정부의 노동 개혁 30년을 맞아 마련한 전문가 좌담에서 최영기 한림대 객원교수(전 노동연구원장)는 이같이 말했다. 김영삼 정부부터 시작된 역대 정부의 노동 개혁과 현재 진행 중인 노동 개혁의 방향은 큰 틀에서 같지만 접근 방식에서는 전혀 다르다는 얘기다.
윤석열 정부는 올해를 노동 개혁의 원년으로 선언했다. 70년 된 낡은 노동법과 제도를 시대에 맞게 고치고 기득권 노조를 개혁해 노동시장 이중 구조를 해소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역대 정부의 노동 개혁은 국민적 공감대를 높이고 반발하는 노동계를 설득하는 과정에서 번번이 실패했다. 지금도 윤석열 정부와 여당이 여소야대 구도에서 노동 개혁 과제에 대한 입법을 추진할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결국 노동 개혁의 동력은 대통령의 리더십과 의지에 달렸다는 평가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노동 개혁은 시대 변화에 맞는 다양한 보상을 통해 약자를 두텁게 보호하는 것”이라며 “노동 개혁의 정당성은 국민이 지지할 것이라고 본다. 어떤 식으로든 공론화와 타협을 거치겠다”고 강조했다.
현재 노동시장은 기업 규모, 고용 형태, 성별, 원·하청 간 양극화가 뚜렷하다. 1953년에 제정된 근로기준법 등 노동·노사관계법, 1987년 노동자 대투쟁을 통해 굳어진 양대 노총 중심의 ‘1987 체제’가 시대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은 물론 노동 개혁의 발목을 잡고 있다. 특히 호봉제 중심의 연공서열 문화, 대기업 중심 노조의 기득권 등 노동시장 이중 구조를 심화시킨 문제를 개혁해야 할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 크다는 지적이다. 박지순 고려대 노동대학원장은 “이제는 다양성과 새로운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노동법을 찾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자율과 공정·혁신”이라고 설명했다.
공정과 상식을 중시하는 MZ세대가 노동시장의 주류로 성장하면서 노동 개혁은 이미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관건은 노동 개혁에 대한 국민적 공감을 얼마나 얻을 수 있느냐다. 송시영 서울교통공사 올바른노조 위원장은 “노동 개혁은 노조의 의식과 구조를 개선하고 불법을 저지르거나 억압적인 구조까지 개선하는 것”이라며 “사업장마다 다양성을 존중하고 건전한 노사 관계 구축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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