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연휴를 보내고 침대에 누웠는데 쿵 하는 소리에 깜짝 놀랐어요. 가족들 휴대폰에 시끄러운 소리로 긴급재난문자까지 울리면서 전쟁이라도 난 것은 아닐까 놀란 가슴만 쓸어내렸습니다.”
9일 오전 1시 28분께 인천 강화도 앞바다에 진도 3.7 규모의 지진이 발생하면서 일부 주민들이 대피하는 등 심야에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별다른 피해는 집계되지 않았지만 인근 인천·경기 지역에 거주하는 시민들은 가구가 휘청거릴 정도의 흔들림을 느꼈다고 증언했다.
9일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1시 28분께 인천 강화군 서쪽 25㎞ 해역에서 규모 3.7 지진이 발생했다. 한반도와 그 주변 해역에서 규모 3.5 이상 지진이 발생한 것은 지난해 10월 29일 충북 괴산군의 규모 4.1 지진 이후 70여일 만이다.
지진 발생 후 9초 만에 발송된 재난문자 탓에 놀란 시민들도 많았다. 진앙에서 반경 80㎞ 이내 수도권에 시끄러운 알림음과 함께 재난문자가 송출됐기 때문이다. 당초 기상청은 지진 규모를 4.0으로 발표했으나 이내 3.7로 수정했다.
인천 연수구에 거주하는 박 모(30) 씨는 “책상에 앉아 있었는데 방 안에 진열된 물건들이 흔들리는 것을 느꼈다”며 “더 큰 지진이 발생할까봐 한동안 두려웠다”고 설명했다. 인천소방본부에 따르면 이날 지진과 관련해 모두 30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특히 강화도 인근 주민들은 “전쟁이 난 줄 알았다”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최근 북한의 무인기 비행과 미사일 발사가 이어지며 전쟁에 대한 두려움이 커졌던 탓이다. 강화군에 거주한다고 밝힌 B 씨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북한 무인기가 국경을 넘어올 때마다 정말 전쟁이 나는 것이 아닌지 걱정됐는데 오늘 새벽 재난문자를 받았을 때는 정말 무서웠다”며 “전쟁이라도 났을까 싶어 밤새 잠을 설쳤다”고 말했다.
이번 지진으로 한반도에 더는 지진 안전지대는 없다는 것이 증명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천은 디지털 지진계로 관측을 시작한 1999년부터 지난해까지 규모 3.0 이상 지진이 단 한 번 발생했다. 규모 2.0 이상 2.9 미만 지진도 5번이 전부다.
다만 지진이 전국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지만 발생 빈도가 잦아지는 것은 아니라고 기상청은 설명했다. 기상청의 한 관계자는 “지진 발생 횟수만 두고 본다면 점진적으로 늘어나는 추세인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지진 분석 기술 향상으로 더 작은 규모의 지진까지 관측이 가능해지면서 나타난 결과”라며 “규모 3.0 이상의 지진들은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최근 발생하는 지진들이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의 여파라고 설명을 내놓는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동일본 대지진 이후에 울릉도와 한반도 동해안 지층이 일본 열도 방향으로 5㎝ 끌려가는 등 한반도 내륙이 3㎝ 늘어났다“며 “이에 따라 인근 지각이 약해져 균열이 일어났고 단층이 생기면서 지진이 연이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기상청은 이번 지진 이후에도 여진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날 오전에도 1차 지진 이후 1.2 규모의 여진이 한 차례 발생했다. 기상청의 한 관계자는 “3.7 정도 규모의 지진인 만큼 며칠간은 여진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조금 시간이 지난 뒤에도 여진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안전사고에 유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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