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훈 전 국가안보실장이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을 은폐할 목적으로 보안유지를 지시하자 일부 비서관들이 강하게 반발한 것으로 검찰이 파악했다. 북한국에 살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故) 이대준 씨에 대한 ‘월북 몰이'는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 및 이 씨 구조를 둘러싼 정부의 무대응에 대한 비판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라는 게 검찰 판단이다.
10일 서울경제가 입수한 서 전 실장의 A4용지 117쪽 분량의 공소장에 따르면 서 전 실장이 이 씨가 살해된 지 이튿날인 2020년 9월23일 오전 9시께 열린 비서관 회의에서 관련 사건에 대한 보안유지를 지시하자 일부 비서관의 반발이 쏟아졌다. 서 전 실장은 당시 회의를 주재하면서 “서해에서 실종됐던 해수부 공무원이 북한 측에 의해 사살되고 시신이 소각돼 남북관계에도 매우 안 좋은 영향을 미치는 사건이 발생했다"며 “사건 발표는 신중히 검토하겠다. 비서관들은 보안유지를 철저히 하라”는 취지로 당부했다고 한다.
이에 한 비서관은 “어차피 공개될 텐데 바로 피격 사실을 공개하는 게 맞지 않느냐”고 반대의견을 제시했으나 서 전 실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후 사무실로 돌아온 비서관들은 “이거 미친 것 아니냐, 이게 덮을 일이냐”, “국민이 알면 뒷감당을 어떻게 하려고 해? 알 수밖에 없을 텐데”, “실장이 그러잖아, 실장들이고 뭐가 다 미쳤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고 공소장에 기재됐다.
같은 날 언론보도로 이 씨가 북한군에 피격돼 그의 시신이 소각된 사실이 알려지자 서 전 실장은 정부의 미조치·무대응으로 인한 비난을 피하고자 이 씨를 월북자로 몰기 위한 작업을 구체화했다고 검찰은 봤다.
서 전 실장은 다음날인 9월 24일 오전 8시께 ‘3차 안보관계 장관회의’를 비공개로 열어 이 씨가 자진 월북한 것처럼 발표하도록 서욱 당시 국방부 장관과 이영철 전 합참 정보본부장에게 지시했다.
이 전 본부장은 이러한 지시에 “첩보의 출처 보호를 위해 발표를 하지 않도록 재고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서 전 실장은 “지금은 그런 보안문제를 염려할 차원을 넘어섰다”며 국방부 발표를 강행토록 했다.
서 전 실장은 또 해양경찰청에 이 씨의 자진 월북인 점을 부각시키기 위해 “CCTV 사각지대에서 신발을 벗어놓고 실종, 지방에서 가정불화로 혼자 거주” 등 내용을 보도자료에 넣을 것을 지시했다고 한다.
이에 앞서 서 전 실장은 9월 23일 오전 1시께 열린 ‘1차 안보관계 장관회의’에서 피격 사건 은폐를 위한 보안유지를 지시하고, 그 내용을 문재인 대통령에게도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 전 실장의 지시에 따라 서 전 장관은 국방부에 최고 수준의 작전보안 유지, 첩보·보고서 등 모든 자료를 삭제하고 출력물이 있을 경우 즉시 세절, 예하 부대가 관련 내용을 알면 화상 회의를 통해 교육 등을 이행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56개 부대에 수신 전문, 군사정보통합처리체계(MIMS·밈스) 내 60건, 18개 부대 군 내부 정보 유통망 내 5417건 사건 첩보 보고서가 삭제됐다.
서 전 실장의 회의 결과 정리 업무를 담당하는 국가안보실 안보전략비서관은 '기록을 남길 필요가 없다'는 이유로 참석 대상에서 제외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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