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의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했다. 제1야당 현직 대표로서 첫 검찰 출석이다. 이 대표는 “소환 조사는 정치 검찰이 파놓은 함정”이라며 “무혐의로 처분된 사건을 다시 끄집어내 없는 죄를 조작하는 사법 쿠데타”라고 정치 공세를 쏟아냈다. 민주당 현역 의원 30여 명이 이 대표를 엄호했고 지지자 수백 명이 ‘우리가 지킨다 이재명’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 대표가 지지자들과 일일이 악수하면서 200m가량 걸어가자 “피의자 출두인지, 대선 출정식인지 모르겠다”는 비아냥까지 나왔다.
이 대표는 성남시장 재직 시절 프로축구단 성남FC 구단주로 있으면서 네이버·두산건설 등으로부터 160억여 원의 후원금을 유치하고 건축 인허가, 토지 용도 변경 등 편의를 봐줬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2년 전 무혐의된 의혹을 지금 문제 삼는 것은 ‘야당 탄압’이라는 것이 민주당의 주장이지만 무혐의는 문재인 정권 당시 경찰 1차 수사의 결론이고 이후 검찰이 미진한 점을 확인해 재수사했다. 그 결과 성남시 직원과 기업 관계자들이 불구속 기소됐고 이들의 공소장에 이 대표가 공범으로 적시됐다.
이런데도 민주당이 1월 임시국회를 소집해 이 대표 체포동의안 부결을 노린 ‘방탄 국회’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 대표에게는 대장동·백현동 개발 의혹,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 수사 중인 ‘사법 리스크’가 줄줄이 남아 있다. 모두 당과 관계없는 이 대표 개인의 문제다. 이 대표의 말대로 떳떳하다면 당당하게 검찰에서 소명하고 민주당은 제1야당의 책무에 충실하면 된다. 그런데도 ‘정치 보복’ 운운하면서 검찰을 공격하고 겁박하는 행태를 보이는 것은 외려 ‘무엇이 구려서 그러는가’ 하는 의구심을 낳을 뿐이다. 법 앞에서 누구나 평등하다는 원칙을 부정하지 않는다면 이 대표는 진실을 밝히고 법원의 판단을 기다려야 한다. 민주당도 ‘방탄당’ 소리를 듣지 않으려면 소모적 정쟁을 접고 민생과 경제 살리기를 위한 입법에 적극 나서야 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