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표 국회의장이 11일 ‘헌법개정절차법’을 제정해 개헌 일정을 국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선거구 획정 법정 시한(4월 10일)에 맞춰 공직선거법을 개정하면서 개헌절차법을 함께 본회의에 올려 정치 개혁 불씨를 이어가겠다는 구상이다.
김 의장은 이날 국회 사랑재에서 신년 기자간담회를 열고 “제가 취임하기 직전 네 분의 국회의장이 모두 개헌을 제안했지만 진행되지 않았다”라며 “그래서 저는 선거법 개정 직후 개헌 논의가 이어지도록 일정부터 투명하게 제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개헌 절차를 법령에 명시해 예측가능성을 높이면서 국민들의 참여도 이끌어내겠다는 구상이다. 김 의장은 “이번 개헌은 국민통합적 개헌이어야 한다”라며 “헌법개정특별위원회를 구성한 뒤 그 산하에 공론화위원회와 국민참여단을 마련해 폭넓게 여론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의장은 내각책임제 개헌을 추진하느냐는 질문에 “그런 주장은 오해”라고 반박했다. 그는 “여론을 폭넓게 수렴해 여당도 야당도, 그리고 국민들도 이만하면 됐다고 수용할 수 있는 헌법 개정안을 만들어 국민투표에 부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정 제도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다만 김 의장은 “국민 여론을 살펴보면 내각책임제에 대한 찬성 여론이 낮은 것 같다”며 “아직까지는 4년 중임제로 하되 국무총리에 대한 임면권을 국회에 주는 방식에 대한 국민 동의가 높은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김 의장은 국회 예산심의권을 강화하는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현행법에 따르면 9월에 예산안이 제출된다. 그런데 국회는 9월에 국정조사와 결산을 동시에 진행하느라 실질적인 예산 심의가 늦어진다”며 “우리나라 예산 사업이 9000개가 넘는데 제대로 들여다보기엔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의장이 되기 전 결산을 7월로 당기고 국회의 예산심의권을 강화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며 “이러한 내용도 개헌을 논의할 때 함께 살펴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 의장은 국회 내 정치개혁을 지향하는 초당적 의원 모임이 있다고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김 의장은 “최근 여야 중진 10여 분이 선거법 개정과 정치개혁에 관한 큰 모임을 만들자는 의사를 타진했다”며 “초선 의원들도 소속 정당을 가리지 않고 50~60분이 비슷한 모임을 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