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친구를 폭행하고 흉기로 찌른 일명 ‘침묵의 112신고 사건’으로 불리는 데이트 폭행사건 관련, 20대 남성이 구속을 면했다.
10일 인천경찰청 등에 따르면 김태환 인천지법 판사는 지난 7일 특수상해 혐의를 받는 20대 남성 A씨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김 판사는 “A씨의 주거지가 일정하고 다른 범죄 전력도 없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체포됐던 A씨는 영장이 기각되자 석방됐다. A씨와 피해자인 전 여자친구 B씨는 같은 오피스텔 다른 층에 사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B씨 주거지 주변 순찰을 강화했다.
경찰은 B씨가 거부해 스마트 워치는 지급하지 못했으나 주변 순찰을 강화하는 한편 치료비와 심리 상담 등을 지원할 예정이다.
사건 발생 당시 현행범으로 경찰에 붙잡힌 A씨는 앞서 지난 5일 오전 8시 7분께 인천시 한 오피스텔에서 B씨의 얼굴을 때리고 흉기로 한 차례 찔러 다치게 한 혐의를 받았다.
당시 B씨는 112에 신고했으나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으나 경찰은 도움이 필요하면 아무 번호를 누르거나 전화기를 두드려 ‘보이는 112′로 유도하는 숫자 버튼을 눌러 달라고 요청했다.
‘보이는 112′는 질문에 답하기 곤란한 상황인 신고자가 휴대전화의 숫자 버튼을 누르면 경찰은 신고자에게 인터넷 주소(URL)를 보내고, 이를 클릭하면 신고자의 휴대전화 카메라로 현장 상황을 볼 수 있는 시스템이다.
B씨는 숫자 버튼도 누르지 않았다. 경찰관은 수화기 너머 배경 소리에 귀 기울였고 전화기 너머로는 미세하게 남녀가 욕설을 하며 섞여 싸우는 듯한 대화 소리가 들렸다.
신고자가 위험에 처했다고 판단한 경찰은 곧바로 신고자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위치추적시스템인 LBS(Location Based Service)를 가동하는 동시에 관할서에 ‘코드1′ 지령을 발령했다.
코드1은 생명이나 신체 위험이 임박했거나 진행 중일 때 발령된다. 코드1 신고를 받은 지역경찰관은 위치추정으로 드러난 오피스텔로 신속히 출동하면서 신고자의 정확한 위치를 확인하고자 신고자와 통화를 시도했다.
경찰관의 전화를 받은 B씨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잘못 눌렀다. 신고를 취소하고 싶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경찰관은 강압 때문에 신고를 취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 ‘안전한지 대면해 확인해야 된다’며 끈질기게 설득해 3분여 만에 신속히 현장에 도착했다.
경찰관이 초인종을 누르자 잠시 후 A씨가 문을 열어 주면서 아무 일이 없었다는 듯 태연히 행동했다.
그러나 방안에서 울고 있던 B씨는 밖으로 나오며 남성이 알아차리지 못하게끔 경찰관을 쳐다보며 소리 없이 입 모양으로만 ‘살려 주세요’라고 도움을 청했다.
경찰관은 상황을 인지하고 B씨를 밖으로 데리고 나가 주먹과 흉기에 의해 상해를 입은 피해 사실을 확인하고 가해자 A씨를 현장에서 검거했다.
경찰 관계자는 “A씨의 구속영장을 다시 신청할지는 검토 후 결정할 예정이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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