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소환 조사한 10일 검찰이 ‘변호사비 대납 의혹’의 핵심 인물인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을 검거하는 등 이 대표를 겨냥한 수사 시계가 한층 빨라지고 있다. 성남FC 후원금, 대장동·위례동 개발사업 특혜 등 의혹 수사가 막바지에 이르고 있는데다 변호사비 대납 의혹의 열쇠를 쥔 김 전 회장까지 태국에서 체포하면서 검찰이 조만간 이 대표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서는 등 사정 칼날이 ‘최정점’으로 향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날 태국 이민국 검거팀에 체포된 김 전 회장은 12일 태국에서 불법체류 여부를 판단하는 재판을 받을 예정이다. 양선길 쌍방울 회장과 태국 빠툼타니 소재 한 골프장에서 함께 붙잡힌 김 전 회장은 현재 인터폴 적색수배와 여권이 무효화돼 불법체류자 신분이다. 김 전 회장이 불법체류를 인정한다면 서류 등 절차를 거쳐 국내 송환까지 약 한 달가량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라면 송환까지 수개월이 걸릴 가능성이 있다. 김 전 회장이 송환 거부 소송을 내면 사건 자료 제출부터 재판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재 법무부 국제법무과와 대검찰청이 두 사람의 국내 송환을 위한 대응 방안을 여러 각도로 검토 중인 상태다. 이와 함께 검찰은 두 사람의 해외 도피를 돕거나 여러 의혹과 관련된 증거를 인멸한 혐의로 계열사 임직원 6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들에 대한 사전영장 실질심사는 12일 수원지법에서 열릴 예정이다.
김 전 회장은 이 대표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을 규명할 주요 인물로 꼽힌다. 쌍방울그룹은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로 재임하던 2018년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담당한 변호인들에게 전환사채(CB) 등으로 거액의 수임료를 대납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김 전 회장은 당시 그룹의 회장직을 맡고 있었다. 검찰은 그동안 쌍방울의 횡령·배임 의혹을 수사하면서 그 돈이 이 대표의 변호사비로 흘러들어간 정황을 쫓아왔으나 별다른 진척이 없었다. 만약 김 전 회장을 국내로 불러들여 입을 열게 한다면 지지부진했던 수사도 활로를 찾을 수 있게 된다.
검찰은 또 이 대표의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대장동 개발·특혜 의혹’을 ‘패키지’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숙고 중이다. 지방단치단체장의 권한을 이용한 범죄 성격과 시기가 유사한 만큼 사건을 합쳐 신병 확보를 하는 편이 유리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 경우 성남지청의 사건을 수원지검으로 이송해 서울중앙지검에서 영장을 청구하는 방식이 거론된다. 앞서 검찰은 서울중앙지검과 수원지검이 나눠 수사했던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2건에 대해 소속 검사를 직무대리 발령을 내는 방법으로 서울중앙지법에 일괄 기소한 바 있다.
제1 야당 대표를 소환한 사례가 헌정사 처음인 만큼 검찰은 당분간 혐의 보강에 수사력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대장동·위례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사건의 경우 검찰은 로비 의혹에 중심에 선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를 집중 조사하고 있다. 특히 수사에 우호적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이 대표의 측근인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정무조정실장,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등의 대질 심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검찰이 이달까지 이 대표에 대해 신중한 수사를 이어간 뒤 다음 달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사건을 마무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뇌물 등 혐의를 받는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된 점은 감안하면 이 대표에 대한 신병 확보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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