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이 12일 북한의 핵무기가 우리 국민의 안전보장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상황이 되면 자체 핵무장도 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악의 경우를 가정했지만 북한이 핵실험 등을 감행하면 차원이 다른 대응에 나서겠다는 경고로 해석된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이날 자체 핵무기 개발과 관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겠다"고 말했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이 전날 국방부 업무보고에서 최초로 꺼낸 자체 핵무장론을 대통령실이 재확인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북한의 도발이 심각해지는 상황을 가정하고는 “대한민국이 전술핵을 배치한다든지 자체 핵을 보유할 수도 있다”며 “만약 그렇게 된다면 우리 과학기술로 더 빠른 시일 내에 우리도 (핵무기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자체 핵무장을 거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에도 자체 핵무장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피력해왔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9월 경선 토론회에서 경쟁자인 홍준표 후보(현 대구시장)가 주장한 ‘나토식 핵공유’ 모델에 대해 “북한의 핵보유를 기정사실화해서 비핵화 외교협상은 포기하게 되고 핵군축 협상으로 갈 뿐만 아니라 자체 핵무장은 비확산체제에 정면으로 위배되기 때문에 국제사회에서 고립될 가능성이 많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취임 이후 북한이 군사적 도발을 남발하자 윤 대통령은 미묘한 입장 변화를 보이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0월 여권에서 전술핵 재배치 주장이 나오자 "지금 우리 국내와 미국 조야에 확장억제와 관련된 다양한 의견들이 나오기 때문에 잘 경청하고 다양한 가능성에 대해서 꼼꼼하게 따져보고 있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전날 국방부 업무보고에서 “우리 과학기술로 가질 수 있다”며 전술핵 재배치보다 한 발 더 나아간 자체 핵무기 개발 옵션까지 거론한 것이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가능성은 열어두지만 현실적으로는 확장억제 강화가 답”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윤 대통령 역시 전날 된 미국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핵 자산 운용에 한국이 참여할 수 있다고 언급하며 “미국의 핵자산 운용과 관련해 필요한 정보를 공유한다든지, 공동 기획, 공동 실행(이 가능하다). 이 실행에는 다양한 연습도 포함되겠다”고 말했다. 전술핵 재배치나 자체 핵무장보다는 미국의 핵 자산을 공동 운용하는 방식의 확장억제 강화에 나서겠다는 뜻이다.
한국이 자체 핵무장에 나서려면 북한처럼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해야 하고 이 과정에서 국제적인 고립을 부를 수도 있다. 또 핵우산을 제공하고 있는 동맹국인 미국과의 신뢰 문제 역시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의 입장은 북한이 7차 핵실험에 나서는 등 우리의 안전보장을 심각하게 위해하면 비상한 결단을 내릴 수 밖에 없다는 강력한 경고성 발언으로 읽힌다. 북한은 지난해만 지난해에만 총 30여 회, 70여 발의 탄도미사일 도발을 감행했고 이 가운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만 8차례 쐈다. 북한의 핵실험이 임박했다는 관측도 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핵무장보다는 미국의 핵자산을 공동 기획하고 운용하는 것이 북한에 훨씬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라며 “자체 핵무장은 (최악의 경우를 가정한)원론적인 입장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