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가 월가의 ‘행동주의펀드 거물’인 넬슨 펠츠 트라이언펀드매니지먼트 최고경영자(CEO)의 이사회 진출을 거부했다. 펠츠 CEO가 이사회 입성을 위해 주주들의 지지를 확보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어 치열한 ‘위임장 대결(proxy fight)’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하원 미중전략경쟁특별위원회로부터 의혹의 눈길을 받는 디즈니가 안팎으로 암초를 만난 모양새다.
CNBC방송에 따르면 디즈니는 11일(현지 시간) 펠츠 CEO를 디즈니 이사진으로 추천한 트라이언펀드의 제안을 거절했다고 발표했다. 디즈니는 “이사진은 트라이언펀드의 이사 추천을 수용하지 않기로 결정하고 주주들에게도 디즈니 측 이사 제안에 투표해달라고 요청했다”면서 신임 의장으로 마크 파커 전 나이키 CEO를 임명했다.
이에 대응해 트라이언펀드는 디즈니의 경영전략 개선 및 비용 절감을 골자로 한 35쪽 분량의 제안서를 공개하며 이사진 진출 의향을 재확인했다. 트라이언펀드는 “디즈니가 2018년 이후 인수합병(M&A) 및 콘텐츠 사업 등에 1620억 달러를 지출했음에도 주당수익률(EPS)은 거의 반 토막이 났다”며 “팬데믹 완화, 놀이공원 수익성 개선에도 현금 흐름은 악화해 배당금 지급이 중단됐다”고 비판했다. 이어 연례 주주총회에서 트라이언펀드의 구상에 동의하는 주주들에게 의결권 위임을 제안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장은 미국에서 몇 년 만에 손꼽을 만한 대형 위임장 대결이 펼쳐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트라이언펀드가 지난해 11월 8억 달러 상당의 디즈니 지분을 매입했을 때 예견됐다. 시가총액(약 1756억 달러) 대비 1%도 되지 않는 비중이지만 펠츠 CEO가 치열한 위임장 대결 끝에 2018년 프록터앤드갬블러(P&G) 이사회에 입성한 적이 있어 디즈니 입장에서도 안심할 수 없다. 당시 P&G 측 후보와 펠츠 CEO의 표 차이는 0.002%에 불과했다.
특히 트라이언펀드가 제안서에서 밥 아이거 디즈니 CEO의 후임 찾기를 강조한 점을 감안하면 이사회 진출 시 CEO 선임에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 디즈니는 지난해 11월 밥 체이펙 당시 CEO를 사실상 경질하고 아이거를 2년 임기의 CEO로 재선임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