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노사가 벌이는 각종 소송에서 잇따라 노조의 손을 들어주면서 기울어진 운동장이 고착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른바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 이후 노조 측 입장이 반영되는 쏠림 판결로 노사 관계의 균형이 무너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부산고법 민사1부(재판장 김문관 부장판사)는 현대중공업 근로자 10명이 사측을 상대로 통상임금 재산정에 따른 추가 법정수당 등을 청구한 사건에서 노사 양측이 강제조정 결정을 수용했다고 12일 밝혔다. 법원이 지난해 12월 28일 대법원 파기환송 취지에 따라 상여금(800%)을 통상임금에 산입해 미지급 법정수당·퇴직금을 지급하라고 강제조정 결정을 내린 데 따른 것이다.
10년여간 이어져온 소송에서 결국 법원이 노조 승소로 판결하면서 현대중공업은 7000억 원가량으로 추산되는 금액을 부담하게 됐다. 법원의 판단에 따라 양측의 희비가 극렬하게 엇갈린 셈이다.
이는 김 대법원장 취임 이후 몇 년 동안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사회적 약자를 고려한 취지라고 보고 있으나 다른 한편에서는 법원의 판단 저울이 노조 쪽으로 기울고 있어 기업을 경영하기 어려운 환경만 조성하고 있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실제로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1부(정봉기 부장판사)는 지난해 11월 24일 기아 근로자 3100여 명이 ‘정기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해달라’며 회사를 상대로 낸 4개 임금 청구 소송에서 모두 원고 일부 승소를 판결했다. 법원은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해야 한다’는 근로자의 주장을 인정해 기아가 총 269억 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반면 ‘2019년 사건 특별합의에 따른 부재소(소송 미청구) 합의가 있었다’는 회사 측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2020년 8월 업무상 재해로 사망한 노조원의 자녀를 특별채용하도록 하는 노사 단체협약은 민법에 어긋나지 않아 유효하다는 판단도 내놓았다. 업무상 재해로 숨진 이 모 씨 유가족이 현대차·기아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패소를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회사가 스스로 의사에 따라 조항에 합의했고 유족들은 공개채용에서 우선채용되는 게 아닌 별도 절차를 통해 특별채용돼 숫자도 적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이 회사의 채용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는 게 대법원의 판단이다. 이 외에도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지난해 11월 30일 국가가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간부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를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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