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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리포트] 5년간 '가짜평화'에 취한 軍…"진짜 문제는 무인기 아닌 대적태세"

■기강·지휘체계 다 무너진 軍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

국지방공레이더 갖췄지만 식별 늦어

침투 90분 지나서야 두루미 경보 발령

기관총 화망 구성 통한 요격마저 실패

도심 드론 잡을 전술훈련 부재 드러나

軍, 정보력·첨단장비 우위 내세웠지만

지금같은 지휘통제 혼란 땐 속수무책

'9·19합의 파기' 北, 어떤 도발도 가능

美·우크라처럼 NCW로 현대전 대비를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




미사일도 핵 위협도 아니었다. 무인기 하나에 그간 우리 군이 쌓아온 신뢰가 무너졌다. 더욱 놀라운 건 이 무인기의 군사적 위협이 지극히 낮다는 것이다. 그러나 엄중한 서울의 비행 금지 구역까지 돌파하며 1시간 동안 서울 시내 상공을 유유하게 날아다닌 적의 무인기는 우리 국민에게는 분노였고 군의 가슴에 꽂힌 비수였다.

8년 만에 다시 터진 무인기 사건…여전히 허점 드러낸 대응 태세



우선 무인기에 대한 대응 태세부터가 아쉬웠다. 2014년 북한 무인기 사건이 최초로 부각된 후 무려 8년이 지났다. 무인기 대책으로 2017년부터 국지방공레이더를 통해 탐지 능력을 높였다. 2019년부터 수도권 핵심 시설에는 외국산 드론 테러 방어용 레이더 ‘SSR’을 설치해 무인기의 탐지와 무력화를 동시에 준비했다. 그러나 막상 무인기를 식별할 능력은 여전히 없었고 격파(하드킬)하거나 조종 불능(소프트킬)으로 만들어 무력화시킬 수단도 없었다.

하지만 적 무인기의 요격 실패보다 더 실망스러운 것은 지휘 통제의 혼란이었다. 북한 무인기의 침투가 시작된 지 무려 90분 만에 이에 대응하는 ‘두루미’ 경보가 발령됐다. 이미 적의 무인기가 수도권 상공을 유린하고 있던 때였다. 게다가 국지방공레이더로 최초 탐지한 1군단에서 무려 30분 만에 적의 무인기로 판단했지만 그 정보가 수방사에 제대로 전달되지도 않았다. 뒤늦은 대응 속에서 요격에 나선 것으로 보이는 KA-1 경공격기는 이륙 중 추락했다. 이런 실수들이 겹치면서 과연 나라를 제대로 지킬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무인기 대응 가능 국가는 전무…한국 군 수뇌부의 지휘 통제 혼란만



물론 현재 무인기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는 나라는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많은 드론 대응 장비를 판매하는 이스라엘조차도 레바논의 헤즈볼라나 가자의 하마스가 보내는 이란제 무인기에는 대응하기 어렵다고 인정한다. 심지어 이란은 2018년부터 이스라엘 영공으로 무인기를 보내기 시작했다. 이스라엘은 2021년 F-35 스텔스 전투기를 출격시켜 미사일로 이란제 무인기 2대를 격추시킨 바도 있는데 이는 세계 최초로 F-35가 무인기를 격추시킨 기록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3월 초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상공으로 소형 무인기를 보냈을 때 이스라엘은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적 무인기를 식별할 때까지 무려 40분이나 걸렸고 침공한 기체가 인구 밀집지 상공으로 진입하자 발진한 F-35 전투기로 격추할 수 없었다. 결국 이스라엘이 자랑하는 아이언돔이 나섰다. 아이언돔의 타미르 미사일을 발사해 무인기를 잡을 수 있을 거라고 믿었지만 미사일은 빗나갔다. 결국 무인기는 유유히 북쪽으로 돌아갔고 헤즈볼라가 회수한 것으로 보인다. F-35도 아이언돔도 소형 무인기에는 대응할 수 없었다는 말이다. 하지만 최소한 이스라엘은 지휘 통제에서 혼란을 보이지는 않았다.

무인기 대응 훈련 한번도 없던 軍



그러나 우리에게는 8년의 시간이 있었고 예산도 투입했다. 그리하여 2020년대 중반 이후에는 K재머나 레이저 등 무인기 요격 체계가 나올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전까지 무인기에 대한 대책이나 대응 훈련은 거의 없었다. 9·19 군사합의만을 믿고 대응 능력은 도외시했다는 비난을 들을 만하다. 무인기를 탐지할 수 있다는 국지방공레이더만 설치해놓고 무인기 식별 여부는 육안이나 TOD에 맡겼다. 애초에 TOD 장비도 지상 침투 감시용이지 무인기 식별용은 아니다. 게다가 인구절벽에 따라 병력이 계속 줄어가는 상황에서 인력에 의존한 대응은 한계가 있다.

무인기 요격의 한계도 마찬가지다. 요격 방식 중 특히 소프트킬은 특화된 전용 장비를 필요로 한다. 예를 들어 전파 방해를 위한 드론건이나 재머 등이 없으면 시도조차 할 수 없다. 하드킬도 정확한 파괴가 가능한 것은 고출력 레이저이지만 세계 각국에서도 이제 겨우 실전 배치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그러나 첨단 장비가 없다고 소형 무인기를 파괴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기존의 대공포탄이나 전투기·헬기의 기관총으로도 화망을 구성해 공격하면 충분히 격추시킬 수 있었을 터였다.



무방비 상태의 드론 대체 능력…20년 외친 네트워크 중심전도 무용지물



도심지의 인명 피해가 걱정이라면 이는 애초에 군사작전의 영역이 아니라 대테러의 영역이다. 서울 도심지를 누비는 드론을 잡을 요량이었다면 헬기를 근접시켜 엔진만을 저격하거나 혹은 산탄총으로 공격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심지어는 강철 케이블로 만든 네트를 사용해 힘 좋은 대형 헬기로 건져내는 방법도 있었다. 문제는 이런 아이디어를 미리 준비하고 시험해본 후에 전술로 채용할 것인지 고민해보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진정 걱정스러운 점은 바로 지휘 통제의 혼란이다. 우리 군은 그간 북한에 비해 훨씬 우수한 정보통신 역량을 자랑해왔다. 비록 절대적인 병력 수가 적다고 해도 적의 위치를 속속들이 파악하고 정보를 공유한다. 이런 정보 우위를 바탕으로 더욱 우수하고 정밀한 화력으로 적을 격멸한다. 이것이 소위 현대전의 요체라고 말하는 네트워크중심전(Network-Centric Warfare·NCW)이다. 걸프전에서 미국이 이라크를 상대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둘 수 있던 것도 바로 NCW 능력 덕분이다.

세계 각국은 NCW 능력을 갖추기 위해 군사 혁신을 거듭했다. 우리 군도 199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NCW 능력을 갖추겠다고 말해왔다. 무려 20년 이상 NCW를 외쳤지만 막상 이번 무인기 대응에서는 그런 면모를 살펴보기 어렵다. 현재 우리 군은 유무인 복합 체계를 통해 무인 전투 장비를 유인 부대와 적극 결합해 병력 부족에 대응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러나 막상 유인 부대들끼리 NCW가 확실히 이뤄질 것인지도 걱정이다.

네트워크 중심전에 기반한 미국의 군사력



미군이 전 세계적으로 우위를 점하는 군사력의 핵심은 NCW에 바탕을 둔 킬체인 능력이다. 우수한 정찰 자산으로 탐지·식별·추적을 하고 이를 스텔스전투기나 정밀 타격 미사일로 교전해 격멸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은 길게는 수십 분에서 짧게는 수 분이다. 이 시간대를 더 줄이기 위해 모자이크전이라는 새로운 교전 개념이 등장했고 이제 킬체인은 킬웹으로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병력과 장비에서 열위에 있던 우크라이나 군이 러시아군을 압도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런 모자이크전 개념을 적용한 덕분이다. 일례로 우크라이나 군은 GIS 아르타(Arta)라는 첨단 지휘통제 체계를 도입했다. 무인기나 지상의 부대는 적을 발견하는 즉시 네트워크에 올린다. 그러면 육군 포병이나 공군 항공기 가운데 시간상으로 가장 가까운 부대가 이에 응답해 공격한다. 기존의 지휘계선을 따라 임무를 수행하면 20분이 걸리지만 GIS 아르타로 대응 시간은 1분 이내로 줄어들었다.

9·19 합의 파기한 북에도…여전히 선의에 기댄 대응 능력



마치 이동하고자 하는 장소를 입력하면 가장 가까운 차량이 배차되는 카카오택시나 우버 같은 원리이다. 새로운 무기 체계를 도입하지 않고도 우수한 지휘통제만으로 우위를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미국은 그래서 차세대 전투 역량의 핵심을 JADC2(Joint All Domain Command & Control)로 인식하고 육·해·공·우주군·해병대를 하나의 전술 통신망으로 결합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참모총장부터 소대급까지 모든 부대를 하나의 지휘 통신망으로 연결하고 스마트폰이나 스마트워치 형태의 지휘통제 정보 단말기를 지급한다.

북한이 사실상 9·19 군사합의를 파기한 이상 앞으로 어떤 형식의 공격도 일어날 수 있다. 적의 선의에만 기대 대응조차 정치권의 눈치를 보며 주저하던 시기는 지났다. 이제 빠른 지휘통제와 부대들 간의 신속한 대응 역량을 결집해 우리 군의 진정한 능력을 보여줄 때다.




양욱 연구위원은… 군사전략과 무기 체계에 정통한 대표적 군사 전문가로 현재 아산정책연구원에서 북핵과 군사적 위협에 관한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후 국방대에서 석·박사를 취득했으며 민간군사기업(PMC)을 운영했던 독특한 전력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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