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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사기보다 무서운 게 깡통 주택이죠"

■'韓 주택시장 위기' 강조한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

고금리에 집값 떨어지면 필연적

깡통전세 새해에 2배 급증할수도

주택 선순위 채권 정보 알기 쉽게

국세완납증명서 사전 제출 의무화를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




“정부나, 국민이나 최근 일어나고 있는 전세의 문제를 사기로만 접근하려고 합니다. 더 큰 문제가 있죠. 깡통 전세입니다. 고금리와 경기 침체가 주택 시장을 강타하면서 위험은 더 커졌습니다. 다가올 위기에 대처할 방안을 찾는 게 급선무인데 이에 대한 고민은 잘 보이지 않아요. 정말 걱정입니다.”

최근 세입자들을 충격으로 몰고간 ‘빌라왕’ 사태와 관련해 최은영(사진) 한국도시연구소장은 15일 서울 광화문 사무실에서 서울경제와 만나 “주택 시장에 전례 없는 위기가 닥치고 있다”며 이같이 우려했다. 도시연구소는 우리나라 도시가 안고 있는 문제를 분석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 제안을 하기 위해 만들어진 단체로, 민간 연구 기관으로는 드물게 주택 실거래가 데이터를 자체 보유하고 있다. 연구소를 이끌고 있는 최 소장은 통계청 통계개발원 출신으로 현재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비상임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최 소장은 사무실에 들어와 자리에 앉기도 전부터 “답답하다” “큰일이다”를 수차례 반복했다. 빌라왕 같은 대형 사건이 발생했는데도 대응할 방법이 별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위기는 이미 예견돼 있었다. 그는 “금리가 높아지고 주택 가격이 떨어지면 이 같은 사태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며 “이미 문제는 발생했는데 대처할 만한 해결책이 보이지 않으니 답답하다는 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한탄했다.

징조는 이미 오래전부터 나타나고 있었다. 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전국 주택 전세가율(전세가를 매매가로 나눈 비율)은 2022년 상반기 이미 87%를 넘어선 상태다. 빌라왕 같은 사태가 언제 터져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구조라는 것이다. 여기에 세입자들의 무감각증도 가세했다. 예전에는 세입자들이 자기 돈으로 전세 자금을 마련했지만 지금은 금융기관 대출로 해결하는 경우가 상당수다. 게다가 HUG의 보증 한도도 90%에서 100%까지 올라간 상태다. 그는 “HUG 보증이 없었다면 세입자들이 전세가가 높은지, 낮은지를 두고 고심을 많이 했을 것”이라며 “하지만 지금은 보증을 믿고 위험에 대한 생각은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


더 심각한 문제는 전세사기가 앞으로 더 급증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전세가 문제가 되는 근본적인 원인은 집값 하락이다. 주택 가격이 더 떨어지면 전세 비용과 대출금의 총액이 집값을 넘어서는 깡통 전세 대란이 올 수 있다. 신년에 깡통 전세가 2배로 급증할지도 모른다는 평가가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기도 하다. 소유자가 사기 의도를 가지고 있지 않더라도 자신도 모르게 가해자로 내몰릴 수 있다는 의미다.

위험은 데이터로도 증명된다. 최 소장에 따르면 HUG 보증 사고액은 올해만 1조 원에 달했다. 시장 상황은 최악을 향해 달려가는데 정책 당국의 대처는 안일하기만 하다는 게 최 소장의 냉혹한 평가다. 주택 시장에 한파가 몰아닥치면서 서울 아파트조차 깡통 전세의 위기에 처했음에도 국토교통부 등은 이를 전국적인 현상이 아니라 지방의 지엽적인 문제로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정책 당국이 문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기보다 낙관적으로만 보려고 한다”며 “그러다 보니 심각한 고민을 거친 대응 방안이 나오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최 소장은 방향을 잃고 헤매는 주택 정책 역시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요인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정부는 한편으로 등록임대사업자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빌라왕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 소수의 주택 매집을 막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서로 다른 두 가치가 혼재돼 충돌하고 있는 셈이다. 그는 “문제는 실타래처럼 얽혀 있는데 정부 정책은 방향을 잃고 오락가락하고 있다”며 “이제라도 정책의 선택과 집중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 소장이 생각하는 최우선 대안은 세입자가 주택의 선순위 채권 정보를 알 수 있도록 주택 소유주가 국세완납증명서를 계약 전 의무 제출하도록 하는 것이다. HUG의 보증 한도도 100%에서 80%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정부도 국세완납증명서 의무 제출 내용을 담은 관련 법 개정안을 내놓았지만 사후 공개라는 치명적 약점을 가지고 있다”며 “의무 공개 시점을 사전으로 바꾸고 HUG 보증 한도를 줄여 수요자들로 하여금 전세 금융이 위험하다는 인식도 높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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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규 기자 여론독자부 sk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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