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일대에서 무자본 갭투기 방식으로 전세 사기 행각을 벌인 일당이 무더기로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무자본 갭투기'로 다세대 주택을 무더기로 사들여 전세 보증금 수십 억 원을 편취한 일당 78명을 검거했다고 13일 밝혔다.
검거된 이들 중 2021년 제주에서 숨진 빌라 임대업자 정 모 씨의 배후로 지목됐던 부동산 컨설팅업체 대표 신 모 씨와 또 다른 '빌라왕' 김 모씨 등 2명은 구속됐다.
이들 78명은 2017년 7월부터 2020년 9월까지 서울 강서구와 양천구, 인천 등 수도권 일대에서 다세대 주택 628채를 무자본 갭투기 방식으로 매수해 임차인 37명의 전세 보증금 80억 원을 속여 빼앗은 혐의(사기)를 받는다. 무자본 갭투기란 임대차 계약과 매매 계약을 동시에 진행해 자기 자본 없이 임차인의 전세 보증금으로 신축 빌라 등의 매매대금을 충당하는 수법이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신 씨는 건축주 등 건물 소유자에게 매수인을 연결해주는 부동산 컨설팅업체를 차려 김 씨와 공모해 신축 빌라 등 다세대 주택 총 628채를 모두 김 씨 명의로 매수했다. 경찰은 두 사람의 계좌 내역을 분석해 이 과정에 참여한 전세 컨설팅업체 관계자, 분양업자(브로커) 등 76명을 추가로 검거했다.
이들은 각각 매물 물색, 임차인 모집, 계약서 작성 등 역할을 분담해 전세·매매 계약을 체결하고, 매도인에게 분양·컨설팅 대가로 받은 수수료를 나눠 가졌다. 이들이 수수료 명목으로 취득한 불법 수익은 총 8억 원에 달한다.
피해자들은 이들이 컨설팅 수수료 등 리베이트 금액을 포함해 전세보증금을 부풀리고, 이 보증금만으로 다세대 주택을 매입한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이 매수하는 데 필요한 자금은 임차인이 낸 전세 보증금으로 충당한 탓에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반환할 수 없었다. 경찰은 반환받지 못하는 전세보증금 피해 금액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검거된 일당의 여죄와 유사 피해 사례에 대한 수사를 이어갈 계획이다.
특히 경찰은 신 씨의 휴대전화를 압수해 그가 이번에 구속된 김 씨와 숨진 정씨 외 다른 '빌라왕'들도 '바지 매수인'으로 두고 주택을 사들인 정황을 파악하고 이들 간의 공모관계를 추가 수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이러한 전세 사기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전세계약서 작성 시 임대인이 변경되는 경우 즉시 임차인에게 통지하고, 전세보증보험 가입이 불가능한 경우 계약을 취소한다는 내용을 특약란에 기재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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