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도심 빌라에서 숨진 지 2년이 지난 70대 노인의 백골 시신이 발견되는 과정에는 연금 부정수급 가능성을 의심한 국민연금공단도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15일 연금공단 등에 따르면 지난 11일 인천 남동구 간석동의 한 빌라 안방에서 백골 시신으로 발견된 A씨(사망 당시 76세·여)는 지난해 4분기 공단의 ‘수급권 확인 조사’ 대상이었다.
수급권 확인 조사는 사망한 이의 명의로 연금을 계속 받거나 재혼한 이후에도 전 배우자 유족연금을 받는 등 부정한 방법으로 연금을 받는 사례를 적발하기 위해 공단이 매 분기 대상자를 추려 조사하는 것을 말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진료기록, 경찰청 실종기록 등 32종의 자료를 바탕으로 조사 대상을 정하는데, 지난해엔 총 6만7000명이 선정됐다.
A씨의 경우 유족연금과 노령연금을 합쳐 월 35만 원을 받고 있었지만 70세 이상 고령임에도 지난 2년 간 진료기록이 하나도 없었다는 점에서 의혹을 샀다. 이에 공단은 A씨에게 우편으로 수급권 확인 안내문을 보냈지만 답변이 돌아오지 않았다. 지난해 12월엔 직접 집을 방문했으나 아무도 만나지 못해 문에 안내문을 부착한 뒤 돌아왔다.
이후 공단은 A씨 자료를 확인해 넷째 사위에게 연락했다. 공단은 ‘수급자와 연락이 계속 안 되면 연금 지급을 정지할 수밖에 없다’며 A씨의 생존 확인을 요청했다. A씨 집을 찾은 넷째 딸은 모친과 함께 살던 셋째 딸이 문을 열어주지 않자 경찰에 신고했다. 2020년 8월 숨진 것으로 추정되는 A씨의 시신은 그렇게 2년이 훌쩍 지나서야 발견됐다.
셋째 딸은 경찰 조사에서 “어머니 앞으로 나오는 연금이 끊길까 봐 사망 신고를 하지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셋째 딸은 직업이 없었다. 매달 A씨 몫으로 나오는 30만 원 안팎의 기초연금과 20여만 원인 국민연금을 받아 생활에 썼다. A씨 사망 추정 시점부터 지난해 12월까지 28개월간 셋째 딸이 받은 연금은 총 1500만 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과거에도 이번처럼 유족이 연금 수급권자의 사망 신고를 제때 하지 않은 채 연금을 계속 수급한 이른바 ‘유령 연금’, ‘백골 연금’ 사례가 종종 알려졌다.
일본의 경우 지난 2010년 도쿄 최고령(111세)인 줄 알았던 남성이 이미 30여 년 전 숨진 백골 상태로 발견된 일을 계기로, 연금 수급 등을 위해 서류에만 남아있는 ‘유령 고령자’들의 실태가 알려져 충격을 준 바 있다.
연금공단 관계자는 “수급권 확인 조사를 통해 확인되는 부당수급 사례는 대체로 수급권 변동을 조금 지연 신고하는 경우로, 이번과 같은 사례가 흔치는 않다”며 “부당 지급된 연금액을 징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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