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된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다시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하면서 여야가 충돌했다. 아직 본회의에 상정되지 않은 만큼 법사위에서 법안의 위헌성 등을 따져볼 수 있다는 것이 여당의 주장이다. 더불어민주당은 국회법 취지를 벗어난 것이라며 반발했다. 국회법 중 법사위 ‘60일 사각지대’를 둘러싼 정쟁이 계속되고 있다.
민주당은 16일 법사위에서 국민의힘 소속 김도읍 위원장이 여야 합의 없이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직권 상정한 것에 항의했다. 양곡관리법은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야당 단독 의결로 본회의에 직회부됐기 때문이다. 법사위에 회부된 법안이 60일 이상 계류하면 소관 상임위원회 5분의 3 이상 동의로 본회의에 직회부할 수 있도록 국회법이 개정된 뒤 실제로 적용된 첫 사례였다.
야당 간사인 기동민 민주당 의원은 “양곡관리법은 지금 본회의 부의 절차를 밟아가고 있다”며 “왜 지금에서야 법사위에서 토론하자는지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승원 민주당 의원도 “국회법에 명시적으로 반하지는 않지만 국회법 개정 취지에는 반하는 직권 상정”이라며 상정 철회를 요구했다.
국민의힘은 본회의 부의 요구안이 의결됐더라도 법사위 심사를 위한 법적 근거가 있다고 맞섰다. 여당 간사인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은 “의장이 본회의에 상정할지 여부를 결정하기 전에는 법사위에서 심사할 수 있는 법률적 근거가 있다”고 주장했다. 전주혜 의원도 “체계·자구 심사는 미상정 기간이 줄어들었을 뿐 권한에 대해서는 국회법 개정 전이나 후나 달라진 게 전혀 없다”고 밝혔다.
여당은 특히 양곡관리법에 대한 위헌성을 지적하며 야당 단독으로 이뤄진 농해수위 의결 과정도 문제 삼았다.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당 출신인 윤미향 무소속 의원의 농해수위 표결 참여를 겨냥해 “꼼수 처리를 위해 무늬만 무소속인 의원을 이용했다”고 비판했다.
여당 의원들의 요청에 김 위원장은 양곡관리법을 법안심사 제2소위에 회부했다. 민주당은 회의장에서 퇴장하는 등 강하게 반발했지만 사실상 법사위 차원의 논의를 막을 방법은 없다.
양곡관리법이 본회의에 상정되려면 농해수위에서 본회의 직회부를 의결한 지난해 12월 28일로부터 30일이 지나야 한다. 이후 처음으로 열리는 본회의에서 상정 여부를 무기명투표로 정해야 한다. 양곡관리법이 윤석열 대통령의 ‘1호 거부권’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유례없는 국회법 적용이 이어지며 여야 갈등은 계속되는 상황이다. 국민의힘은 상임위에서 야당 단독으로 의결된 방송법 개정안도 이날 법사위에 올리는 등 야당의 ‘법사위 60일 계류’ 전략 막기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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