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현지 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중심국인 아부다비에서 약 280㎞ 서쪽에 있는 바라카 원전에는 한국과 UAE의 주요 인사들이 총출동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박진 외교부 장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이관섭 국정기획수석, 김은혜 홍보수석에 이어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대동했다. 특히 바라카 원전 건설의 주역이자 한국 재계를 대표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도 함께했다.
UAE에서는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나하얀 대통령과 셰이크 만수르 빈 자이드 알나하얀 부총리 등도 참석했다. 바라카 원전은 양국 경제협력의 상징이 돼 있다는 얘기다.
윤 대통령의 이날 바라카 원전 방문은 올해 3월 3호기의 상업 가동을 앞두고 이뤄졌다. 내년에 4기가 모두 가동되면 UAE 산업계뿐 아니라 UAE의 50만 가구에 깨끗하고 신뢰할 만한 에너지를 24시간 공급하는 체계가 구축된다. 탄소 배출 없이 UAE 전력 수요의 최대 25%를 제공하는 동시에 대규모 천연가스 자원이 확보된다. 또 UAE가 2030년까지 액화천연가스 순수출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발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신의 축복’이라는 뜻을 가진 바라카 원전은 ‘특별 전략적 동반자’로서 중동 최우방국인 UAE와의 관계를 상징하는 곳이다. 한국전력이 2009년 UAE 원자력공사(ENEC)와 186억 달러(약 20조 원)에 달하는 원전 4기의 공사 계약을 체결한 뒤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이 건설하고 있다. 바라카 원전은 한국이 해외에서 처음 수주한 원전이기도 하다. 바라카 원전 현장에는 50여 개국 출신의 근로자들이 일하고 있다. 한국은 사막의 모래 폭풍이 부는 극한의 환경에서 바라카 원전을 지연 없이 준공해 세계에 기술력을 과시했다. 바라카 원전의 성공은 이집트 엘바다 원전 수주로 이어졌고 폴란드와 체코 원전 시장도 두드리고 있다.
바라카 원전을 함께 방문한 양국 정상은 한국의 원전 기술력과 UAE의 자금을 활용해 제3국 원전 시장에 진출하는 ‘원전 원팀’을 구성하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한국의 원전 기술과 시공 능력으로 해외시장에서 사업에 뛰어들면 UAE가 막대한 자금으로 금융 지원을 하는 형태의 원전 동맹이다. 이날 윤 대통령과 무함마드 대통령이 직접 바라카 원전을 찾으면서 양국의 원전 협력은 글로벌 무대로 확장하는 계기를 맞게 됐다. 양국은 신규 원전 수출과 소형모듈원전(SMR ), 청정수소 생산 등 에너지 분야에서 전방위적인 협력을 통해 경제안보적 이익을 극대화할 예정이다.
윤 대통령은 “계획된 총 4기 가운데 2기가 운전 중이고 나머지 2기도 곧 가동을 시작하는 바라카 원전은 한국과 UAE 양국의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대표하는 큰 상징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며 “양국이 원자력을 넘어 수소, 재생에너지, 탄소 저장 포집 등 포괄적이고 전략적인 에너지 협력 방안을 모색할 수 있는 분수령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무함마드 대통령도 “양국의 협력은 에너지 안보 위기와 기후변화라는 현시대의 도전 과제가 주어진 상황에서 (이뤄졌다)”라며 “전 세계 국가들의 주요 우선순위인 글로벌 에너지 안보와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국제적 노력을 지원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기적으로 ‘포스트 오일 시대’를 준비하는 UAE와 한국의 기술력을 결합하는 청정에너지 등 신산업 협력의 발판이 될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는 셈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바라카 원전은 대한민국이 수출한 최초의 원전이자 일명 ‘사막 위의 기적’으로 땀과 헌신으로 일궈낸 양국 관계의 상징”이라며 “열악한 환경을 뚫고 해외 원전 역사를 새로 써가고 있는 현장 근로자들을 격려한 자리”라고 설명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