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해리 왕자가 자서전 ‘스페어(Spare)’에서 왕실 일가의 갈등과 자신의 개인사를 공개해 거센 역풍을 맞는 가운데 “자서전 초고는 두 배 분량이었다”고 밝혔다. 아버지 찰스 3세 국왕과 형 윌리엄 왕세자에 대해 언급할 이야기가 더 많았음을 시사한 것이다.
해리 왕자는 13일(현지시간) 게재된 영국 텔레그래프지 인터뷰에서 “자서전은 원래 800쪽으로 두 권이 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출간된 그의 자서전은 400쪽이 넘을 정도로 분량이 방대하고, 국왕과 왕세자 부부를 겨냥한 내용이 많아 출간 전부터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그는 “아버지와 형하고 사이에 일어난 일 중에 세상에 알리고 싶지 않은 것들이 있다”며 “그걸 공개하면 그들은 나를 용서하지 않을 것 같기 때문”이라고 했다.
해리 왕자는 자서전을 완성하기까지 대필 작가와 50차례나 화상회의를 했다고 한다. 그는 “어떤 내용을 넣고 뺄지 결정하느라 힘들었다”면서 가족에 관해 언급하지 않고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건 불가능했다고 주장했다.
텔레그래프는 “왕실 일가가 (해리 왕자의) 추가 폭로에 관해 크게 걱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한 왕실 관계자는 해리 왕자가 금전 이익을 위해 책을 더 써야 하게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고 전했다.
해리 왕자는 윌리엄 왕세자의 세 자녀(조지 왕자, 샬럿 공주, 루이 왕자)를 위해 왕실 개혁에 대한 책임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세 명 중 적어도 한 명은 나처럼 ‘스페어’가 될 것임을 알고 있으며, 그 때문에 마음이 아프고 걱정된다”고 말했다. ‘스페어’는 왕가와 귀족 집안의 차남을 가리키는 표현이다. 앞서 해리 왕자는 자신은 형인 윌리엄 왕세자가 장기기증이 필요할 경우 등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태어난 ‘예비용(스페어) 부품’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해리 왕자는 “군주제를 무너뜨리려는 게 아니고 왕실 가족들을 구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족이 지금은 자신을 좋아하지 않을 수 있지만 몇 년 지나면 트라우마에 관해 이토록 공개적으로 말한 것을 고마워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해리 왕자에 대한 영국 국민의 여론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온라인 여론조사업체 유고브가 10~11일 성인 1691명으로 조사한 결과, 해리 왕자에 대한 호감도는 24%, 부정적 의견은 68%로 나타났다. 자서전 출간 전인 5~6일에 했던 조사와 비교하면, 호감도는 2%포인트 떨어졌고, 부정적 의견은 4%포인트 올랐다.
해리 왕자가 책을 쓴 동기는 ‘돈’이라는 의견이 41%에 달했다. 해리 왕자의 주장대로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는 것’이라는 답변은 21%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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