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경쟁 당국이 마이크로소프트(MS)의 게임사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합병(M&A)에 제동을 걸 것으로 보인다. 해당 M&A는 미국 당국으로부터 독점적이라는 이유로 소송을 당해 절차가 중단된 상태이다. 인수 규모 690달러(약 85조원)로 테크 분야 사상 최대 M&A로 꼽히는 이번 거래의 성사 가능성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는 평가다.
로이터 통신은 16일(현지 시간) 이 사안을 잘 아는 관계자를 인용해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수주 내에 MS의 블리자드 인수 건이 반(反)독점적으로 경쟁을 해칠 소지가 있어 반대 입장을 표명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EU 반독점 감시기구는 해당 M&A에 대해 오는 4월 최종 승인 여부를 결론 내릴 예정이다.
MS는 지난해 초 ‘콜 오브 듀티’, ‘캔디 크러쉬’,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등 인기 게임을 보유한 블리자드를 690억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PC 제조업체가 2016년 저장매체 업체 EMC를 670억달러에 사들인 이후 기술 분야에서 이뤄진 최대 ‘메가 딜’로 평가 받았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 등에서 MS의 블리자드 인수가 경쟁을 억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에 미 연방거래위원회(FTC)는 지난달 8일 MS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해 9월 영국 규제당국인 경쟁시장청(CMA)도 MS가 경쟁자들보다 ‘독보적 우위’를 갖게 될 것이라며 시정 조치를 요구한 바 있다.
MS는 “우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EU 집행위원회와 계속 협력하고 있다”며 “우리의 목표는 더 많은 사람에게 더 많은 게임을 제공하는 것이며, 블리자드 인수는 그 목표를 더욱 발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외신들은 MS-블리자드 인수에 부정적인 EU의 입장이 빅테크(기술 대기업)가 올해 직면할 험난한 한 해를 예고한다고 분석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날 “빅테크는 더 엄격한 규제 등으로 올해 힘든 한 해를 대비하고 있다”고 전망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연초 WSJ에 보낸 기고문에서 “민주당과 공화당이 초당적으로 힘을 합해 빅테크를 규제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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