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퇴마 판타지라는 점만으로도 귀하다. 다소 헐거운 전개와 밋밋한 캐릭터에 대한 아쉬움도 남지만 아직 보여줄 이야기가 많이 남았기에 파트 2가 기다려진다.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아일랜드’(극본 오보현/연출 배종)는 1997년 처음 연재된 윤인완, 양경일 작가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한다. 아름다운 섬 제주도에 세상을 파괴할 악이 갇혀있다는 설정으로 악과 맞서는 특별한 존재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마니아층으로부터 호평받은 한국형 퇴마 판타지의 영상화라는 점에서 공개 전부터 기대를 모은 작품이다.
화려한 출연진도 기대 포인트였다. 김남길, 이다희, 차은우, 성준이 출연하고 고두심, 박근형 등 탄탄한 연기력을 자랑하는 베테랑 배우들이 총출동했다. 지난 13일 파트 1이 모두 베일을 벗었다. 6부작의 파트 2는 오는 2월 24일 공개된다.
작품은 먼 옛날 평화의 땅이던 탐라(제주)에 신과 귀가 뒤섞이는 혼돈이 찾아오고 탐라는 살아있는 모든 것을 살육하는 요괴 정염귀들을 가두는 신의 땅이 됐다는 세계관을 바탕으로 전개된다. 그 당시 악을 막기 위해 반인반요(반은 인간, 반은 요괴)가 된 어린 반과 궁탄 그리고 구원자 원정의 이야기가 서서히 드러난다.,
시간이 흘러 원정은 대한 그룹 외동딸 미호(이다희)로 환생한다. 미호는 경영권 다툼을 벌이다 사고를 쳐 잠시 제주도의 한 학교로 봉사활동을 떠난다. 그러나 제주도로 향하는 길에서부터 정염귀들의 습격을 받고 그때마다 반(김남길)이 나타나 그를 구해준다. 결계가 사라지며 정염귀들이 세상을 멸망으로 몰아넣게 된 상황을 이들이 어떻게 막아낼지 주목된다.
구마 사제 요한(차은우)의 아픈 과거사나 빌런 궁탄(성준)의 이야기도 흥미진진하게 전개된다.
CG 비중이 크지만 완성도가 크게 떨어지지는 않는다. 정염귀와 구마 사제 요한의 구마 의식 등 CG가 사용되는 장면이 빈번하지만, 해외 OTT 장르물과 견주어도 완성도가 있는 편이다.
작품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반의 액션신은 마치 게임 속 장면을 보는듯한 연출로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계속해서 반복되는 액션신은 힘을 준 것에 비해 인상적으로 다가오지 않았지만, 이야기가 탄력을 받으면서 점차 쾌감이 살아난다.
전개 속도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1회에서 세계관을 설명하며 한껏 기대감을 끌어올린 데 반해 파트 1 중후반부에 이르기까지 밀도 높은 사건이 없다. 곁가지 이야기들이 덧붙여졌지만 결국 원정과 반의 서사가 핵심인데 이들을 둘러싼 이야기는 더디게 진행된다. 요한과 성준의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등장할 때에야 비로소 끌어당기는 매력이 생긴다.
그러다 보니 캐릭터에도 쉽게 매력이 붙지 않는다. 주인공인 반은 아픔을 가진 전사(前史)만이 설명됐을 뿐 현재에 와서는 원미호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나타나 구해주는 것 이상의 역할을 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김남길은 특유의 매력으로 반을 훌륭히 표현했지만 아직까지는 별다른 사건이 없어 캐릭터 자체가 무난하게 느껴진다. 원정과 반 사이에 얽힌 비밀과 사건들이 좀 더 일찍 밝혀지고 생겼으면 어땠을까 아쉬움이 남는다. 요한 역시 5,6회에 이르러서야 서사가 다뤄진다. 그전까지는 다소 평면적으로 활용된다.
이를 살리는 건 이다희다. 현재까지는 이다희를 위한 드라마처럼 느껴질 정도로 유일하게 존재감이 크다. 재벌 3세지만 흔히 그려지는 세상 물정 모르는 캐릭터가 아닌, 상식적이고 따스한 인간미를 가진 캐릭터로 성숙한 매력을 보여준다. 이다희의 목소리와 이미지도 캐릭터와 어우러지며 파트 1을 지탱한다.
조연들의 연기도 일품이다. 짧은 등장이었지만 반과 궁탄을 반인반요로 만든 태장동의 수장 역의 박근형, 신령한 존재 백주 역의 고두심의 연기가 작품에 무게감과 몰입감을 더한다. 원미호 옆을 든든히 지키는 장 집사를 맡은 오광록은 특유의 푸근한 연기로 보는 내내 미소를 짓게 하며 완급 조절을 담당한다. 스토킹 피해자로 복수를 도모하는 학생들을 연기한 정수빈, 허정희의 연기도 인상적이다.
OTT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 패트롤’에 따르면 ‘아일랜드’는 지난 15일 기준 글로벌 TV 쇼 부문에서 3주 연속 TOP 10에 드는 쾌거를 거뒀다. 티빙에서도 첫 공개 이후 주간 유료가입기여자수 2위를 유지하고 있다. ‘아일랜드’는 호러와 로맨스, 액션이 뒤섞인 한국형 퇴마 판타지라는 점에서 매력을 발산할 여지는 아직 충분하다. 네 주인공을 둘러싼 사건이 보다 촘촘하게 얽히며 쾌속 전개되길.
◆시식평: 보다 보면 또 재밌는, 가볍게 보기 좋은 퇴마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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