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은마아파트 재건축추진위원회와 입주자대표회의에 대한 수사를 의뢰한다. 입주민들이 모은 공금을 제대로 된 증빙서류 없이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C 반대 집회에 썼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이번 조사의 핵심 쟁점이었던 장기수선충당금으로 GTX 반대 집회를 벌였다는 의혹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국토부와 서울시는 17일 은마아파트 재건축추진위·입주자대표회의에 대한 합동 점검 결과 부적격 사례 52건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4건은 수사 의뢰하고 16건에 대해서는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나머지는 시정 명령 7건, 행정지도 25건이다.
이번 조사는 GTX-C 노선 갈등에서 시작됐다. 앞서 추진위는 GTX 노선이 은마아파트 지하를 지나가면 안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우회할 것을 요구하고 해당 노선 시공사인 현대건설이 속한 현대차그룹의 정의선 회장 자택 인근 등에서 집회를 진행해왔다. 이 과정에서 추진위가 시위 현장으로 가는 버스를 대절하고 참가자에게 시위 참여 비용을 지급할 때 공금을 임의로 사용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정부가 조사에 나섰다.
조사 결과 추진위는 잡수입에서 GTX 반대 집회 비용 9700만 원을 지출했다. ‘안전 대응 및 조치 비용’은 입주자 동의를 거쳐 잡수입에서 쓸 수 있다는 관리 규약에 따른 것이었다. 주민들에게는 잡수입 사용과 관련한 서면 동의 결과(과반수 찬성)를 공고했다. 그러나 세대별 서면 동의 결과를 증빙하는 자료는 따로 없었으며 집회 참가비를 받은 참가자가 실제 집회에 참여했다는 입증 자료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강남구청은 법을 어겼다고 보고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할 예정이다. 공동주택관리법상 장부 및 증빙서류를 5년간 보관하지 않으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받을 수 있다.
추진위가 월간 자금 입출금 내역, 주민 총회 의사록 등 추진위 정보를 공개하지 않거나 정보공개 의무를 위반한 사례도 55건 적발됐다. 이에 대해서도 국토부는 도시정비법 위반으로 수사 의뢰하기로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추진위는 주민 권리 변동이나 비용 수반 사업을 수행하는 데도 예산을 사용하고 사후 추인해도 처벌되지 않는 제도적 허점이 있다”며 관련 제도의 개선을 예고했다.
국토부는 또 은마아파트에서 전반적인 관리 부실과 위법 사항이 여러 건 발견된 만큼 재건축추진위·입주자대표회의 운영 과정을 모니터링하고 관리 소홀이나 부적정한 사항이 발견되면 추가 조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또 GTX-C 노선과 지반에 대한 근거 없는 주장으로 주민을 선동하는 데 대해서는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