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3년 일제강점기, 외딴 호텔에 감금된다. 그들은 명문가 출신 통신과 감독관 쥰지(설경구), 조선 최고 재력가의 딸인 암호기록 담당 박차경(이하늬), 정무총감 비서 유리코(박소담), 통신과 암호해독관 천계장(서현우). 이들 모두 총독 비서실장 카이토(박해수)가 비밀 항일조직의 스파이인 ‘유령’으로 의심하는 사람들이다. 18일 개봉하는 스파이 액션영화 ‘유령’은 과연 이 중 진짜 ‘유령’이 누구냐는 질문에서 출발하지만, 거기서 더 나아간다. 초반부터 유령의 정체를 관객들에게 알려주더니, 항일단체의 실체가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는 강렬한 액션물로 급전환한다.
이 감독은 지난 16일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자리에서 “원작 소설을 영화로 만들 때 추리물로 만들겠다는 생각은 처음부터 없었다”며 “처음부터 유령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끌고 가면 재미있겠다고 봤다. 추리를 완전 배제하려는 의도였다”고 말했다. 그는 “첫 장르물 연출인 ‘독전’으 장르영화를 만드는 즐거움을 알았고, 장르에 좀 더 충실한 방식으로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다”고 덧붙였다.
영화는 여성 중심 서사로 이끌어가면서 이하늬·박소담 등 여배우들의 액션이 눈길을 끈다. 이하늬는 4㎏는 될 장총을 들고 적들을 사살하는가 하면, 설경구와의 액션에서는 몸싸움에 밀리지 않고 얼굴에 거침없이 주먹을 날린다. 박소담 역시 쌍권총을 들고 호쾌한 액션을 선보인다. 이 감독은 “배우들에게 액션을 하면서 기술보다는 깡과 기세가 몸에서 배어나왔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둘 다 나름대로 멋진 기세를 내뿜은 듯해서 흡족했다”고 전했다.
‘유령’은 화려한 색감과 디테일 등 시각적 면도 눈에 띈다. 주 무대인 호텔을 비롯한 영화 속 공간들은 매우 섬세하게 꾸며져 있는데, 이 감독은 “호텔 건물은 모두 CG”라고 말했다. 현관 정도만 직접 만들었고 벽돌·창틀 하나하나 다 CG로 진짜 집 짓는 것처럼 작업했다고. 시사회 며칠 전까지 CG 작업에 매달렸다는 그는 “CG팀에서 이 정도면 병이니 그만 하라고 할 정도”였다고 돌아봤다.
이 감독은 ‘유령’이 일제강점기를 다룬 다른 작품과의 차별성에 대해 “일제강점기를 가장 장르적, 상업적으로 접근한 영화로 봐 주셨으면 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밀정’ ‘암살’ 등 앞서 훌륭한 작품들이 좋은 여건을 만들어줬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