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차기 당권 레이스에서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이 ‘당심 1위’ 굳히기에 나선 가운데 안철수·윤상현 의원 등 경쟁자들도 설 전 당심 모으기에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일각에서는 최근 80만 명을 돌파한 책임당원의 표심이 ‘게임체인저’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아직 결과를 예측하기는 이르다는 관측도 나온다.
18일 국민리서치그룹·에이스리서치가 뉴시스의 의뢰를 받아 14~16일 전국 국민의힘 지지층(397명)을 대상으로 차기 당 대표 적합도를 조사해 발표한 결과 김 의원이 35.5%로 1위를 기록하며 지지율이 두 배 넘게 뛴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12월 2주 차의 같은 조사에서 9.8%를 기록한 후 10.3%(12월 4주 차)→15.2%(12월 5주 차)→35.5%(2023년 1월 2주 차)로 뚜렷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날 발표된 조사에서 나경원 전 의원은 21.6%로 2위를, 안 의원은 19.9%로 3위를 차지했다. 이어 유승민 전 의원 7.4%, 황교안 전 대표 3.7%, 조경태 의원 2.5%, 윤 의원 1.5% 등의 순이다.
김 의원은 대전시 중구 대전시당에서 열린 신년인사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최근 상승세에 대해 “예측하기에는 시기가 이른 것 같다”면서도 “제가 가진 명확한 목표는 결선에 가지 않고 1차(경선)에서 마무리하는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80만 명을 넘어선 당원들의 표심을 수백 명 단위의 여론조사 데이터로는 객관화시키기 어렵다는 평가도 나온다. 현재 국민의힘 책임당원은 이준석 전 대표 시절 18만 명 수준에서 84만 명까지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는 책임당원의 3분의 1을 20~40대가 차지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지역별로도 수도권 37%, 대구·경북 22%, 부산·울산·경남 19% 등으로 수도권과 영남의 비중이 비슷하다는 설명이다. 이 경우 소위 ‘1000원 당비’를 낸 책임당원의 성격을 친윤으로 단정 짓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정치권의 예상과 실제 투표 결과가 다를 수 있다는 뜻이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전날 CBS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이 전 대표와의 대화 내용을 공유하며 “여러 의견을 들어보면 윤핵관들이 까무러칠 것”이라면서 윤핵관들의 예측이 빗나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최근 나 전 의원을 향한 대통령실의 날 선 대응이 당내 반발이나 불안감을 야기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한 여당 원외 당협위원장은 “원내에서도 ‘나경원이 말 한마디 틀어졌다고 저렇게까지 당하네’라며 자신도 그렇게 될 수 있다는 불안함과 반발이 상당할 것”이라고 전했다.
총선 승리에 대한 책임당원들의 고민 역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집권 여당 내부에서 다음 총선 전략과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을 중심으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자는 게 하나, 당의 자율성을 이야기하는 것이 또 다른 하나”라며 “두 진영으로 나뉘어지는데 후자는 총선 전략에서 필승 전략에 포커스를 맞추고 전자는 대통령의 국정에 힘을 실어주는 것에 포커스를 맞추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무래도 고위층으로 올라갈수록 대통령과 가까우니 윤심의 영향력이 크고 내려갈수록 그 영향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여의도 정치권과 일반 책임당원 간 당심이 분리될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이 이번 전당대회에서 도입한 결선투표제가 김 의원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1·2위 간 대결이 되는 만큼 윤심보다는 개인의 역량이 심판대에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출정식을 연 안 의원이 ‘170석 총선 승리’를 전략으로 내걸며 “여당을 유능한 정책 정당으로 거듭나게 하겠다”며 개인의 역량을 강조한 것이 이의 일환이다. 특히 여론조사 2위인 나 전 의원이 출마의 뜻을 굽힐 경우 안 의원 등이 덕을 볼 가능성도 있다.
최수영 시사평론가는 김 의원과 안 의원이 맞붙는 상황을 들면서 “안 의원이 이득을 볼 수 있다”며 "일단 단일화를 한 사람이고 인수위원장을 맡았다. 또 계속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말하고 있으니 그렇다면 안철수에게 가볼까 하는 의견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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