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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전략산업 치킨게임 가열, 정부·국회가 더 과감한 지원 나서라


글로벌 경기 침체로 전기차·배터리·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전략산업 분야에서 가격 인하 출혈경쟁 등 치킨게임이 벌어지고 있다. 세계 최대 전기차 기업 테슬라가 전 세계 시장에서 가격을 일제히 인하하면서 ‘전기차 생존 게임’에 불을 붙였다. 특히 미국 시장에서는 한번에 최대 20%(약 1600만 원)나 내렸다. 미국에서 전기차 시장 점유율 3위인 현대차·기아도 가격 인하 경쟁을 따라가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와 함께 전기차 제조원가의 40%를 차지하는 배터리 단가가 내려갈 가능성도 커졌다. 여기에 중국 기업들은 주력 제품인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의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저가 공세에 나서 세계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이는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며 해외의 대규모 증설 계획에도 제동이 걸리는 실정이다. SK온의 튀르키예 배터리 합작 공장 투자, LG엔솔의 미국 공장 투자 등이 전면 재검토되고 있다.

디스플레이 부문에서는 중국이 촉발한 치킨게임의 파장이 심상치 않다. 중국 기업들이 정부의 보조금과 세금 지원 등을 업고 원가 이하의 물량 공세를 벌이는 바람에 우리 기업들은 액정표시장치(LCD) 분야에서 밀려났다. 지금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분야까지 중국이 한국을 맹추격하고 있다. 제품 가격이 급락하는 반도체 업계에서 주요 기업들은 합병이나 감산, 비용 절감 등으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세계 낸드플래시 시장 2위와 4위 업체가 최근 합병 논의를 재개했다. 이 업체들이 합병되면 삼성을 제치고 낸드플래시 부문 1위로 올라선다.



한때 세계 메모리 반도체 3위 기업이었던 일본 엘피다는 일본 정부의 지원 거절 등으로 미국 마이크론에 인수되며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정부가 연초에 반도체 등 전략산업 분야의 설비투자 세액공제율을 대기업 기준 8%에서 최대 25%로 상향 조정한다는 방침을 발표했으나 야당은 ‘재벌 특혜’라며 반대하고 있다. 정부가 18일 디스플레이 산업 육성 방침을 밝혔지만 업계는 디스플레이 기술 중 세금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국가전략기술 지정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가열되는 글로벌 기술 패권 전쟁에서 우리 전략산업을 살아남게 하려면 정부와 국회가 더 과감한 지원 방안을 서둘러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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