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운동선수가 대회 및 훈련 참가를 위해 수업에 빠질 경우 이를 출석으로 인정하는 ‘출석인정일수’가 초등학교 20일, 중학교 35일, 고등학교 50일로 확대된다. 기존 출석인정일수가 너무 적어 제대로 된 훈련이나 대회 출전이 어렵다는 체육계 비판이 이어진 데 따른 조치다.
교육부와 문화체육관광부는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러한 내용의 ‘학생선수 출석인정제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현장 동떨어진 정책' 비판에 기존 2~4배 확대=이번 방안은 현행 학생선수 출석인정제가 현장을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에서 마련됐다. 출석인정제는 2019년 체육분야 (성)폭력 등 인권침해 근절대책의 일환으로 출범한 ‘스포츠혁신위원회’ 권고로 도입됐다. 학생선수들의 학습권을 보호하고 수업 결손을 막자는 취지로 △학기 중 주중대회 참가 금지(출석인정일수 축소) △학기 중 주중대회의 주말대회 전환 △소년체전 개편 등 3개 권고가 내려졌으나 이로 인해 학생선수들이 훈련에 참여하거나 국제대회에 출전하기 어렵다는 체육계 반발이 이어져 왔다.
교육부에 따르면 실제 17세~19세 골프등록선수 중 방송통신고등학교 등록 비율이 2배나 증가하는 등 학생선수들은 학업과 운동 중 하나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렸다. 탁구 국가대표 신유빈과 김나영은 중학교 졸업 후 실업팀에 입단하기도 했다.
교육부와 문체부는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로 ‘스포츠혁신위원회 권고안’을 재검토해 학생선수 출석인정 결석 허용일수를 늘리기로 결정했다. 결석 허용일수는 2018~2019년 63일(수업일수의 3분의1)에서 혁신위 권고 이후 단계적으로 감소하다 지난해엔 초등학교 5일, 중학교 12일, 고등학교 25일로 대폭 줄어들었다.
문체부는 체육계 반발이 거센 3개 과제에 대해 학부모, 학생선수, 지도자, 종목단 체 등 이해관계자 의견을 수렴하고, 학생선수 출석인정제 개선에 대해 교육부와 협의를 진행해 정부 합의안을 마련했다. 지난해 10월 학부모·선수·지도자 1041명 설문조사 결과 출석인정제의 전면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은 85.1%에 달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의무교육 단계에서는 기초학습 함양과 학교생활을 통한 전인적 성장을 보장하고, 고등학교는 진로가 결정되는 시기임을 고려해 충분한 운동여건을 제공하는 것을 기본방향으로 삼았다”며 “종목의 특성상 시설 대관 문제로 주말대회 개최가 곤란하거나 훈련시설이 원거리에 있어 주중 훈련시간 확보가 불가피한 경우에도, 대회 및 훈련 참가 기회 부족으로 진로개발을 위한 경기력 향상에 어려움이 없도록 개선했다”고 밝혔다.
특히 고등학교의 경우 전문체육 분야 진출의 결정적 시기인 점을 고려해 고교학점제가 시행되는 2025년에는 전체 수업일수의 3분의1(약 63일)까지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되 올해와 내년의 시행결과를 종합적으로 평가해 결정할 예정이다.
◇학습 결손 대비 맞춤형 학습 강화=아울러 교육부와 문체부는 출석인정일수 확대로 학습결손이 발생하거나 전인적 성장의 기회가 제한되지 않도록 맞춤형 학습을 지원한다. ‘학생선수 e-school 플랫폼’의 학습콘텐츠를 확충하고 운영 대상을 초등학생까지 확대한다. 또한 학습지원 멘토단을 구성해 기초학력이 부족하거나 보충수업을 희망하는 학생선수들에게 대면으로 보충수업을 지원하는 사업을 올해 시범 운영하고 연차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 밖에 진로상담 멘토교사풀을 학교급별로 확충해 진로상담 지원을 확대한다.
아울러 학생선수가 대회 또는 훈련 참가를 위해 교외체험학습을 활용하지 않도록 하거나 불필요한 지각, 조퇴 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출결관리를 강화한다.
이번 학생선수 출석인정제 개선안은 ‘2023학년도 학교생활기록부 기재요령’에 반영해 2023학년도 새 학기가 시작되는 3월 1일부터 적용할 예정이며, 세부적인 학습지원방안은 학교현장의 의견수렴을 통해 조속히 마련할 계획이다.
◇주중대회 주말대회 전환은 종목단체 자율로=‘학기 중 주중대회의 주말대회 전환’은 종목별 상황에 따라 추진 여부, 범위, 시기 등을 결정할 수 있도록 종목단체의 자율에 맡긴다. 다만 주말대회 전환을 이미 추진하고 있거나 추진 예정인 종목을 위해 지원사업은 유지한다. ‘소년체전 개편’ 권고와 관련해서는 초등부·중등부가 참가하는 현 체제를 유지한다. 축구 등 일부 인기종목을 제외하고는 선수 부족으로 초등부 권역별 대회 개최가 어렵고 비인기종목 육성과 학생선수 동기부여에 큰 역할을 해왔다는 현장의 의견을 고려했다. 다만 중장기적으로 학교운동부와 학교스포츠클럽이 참여하는 통합 대회로 전환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더 많은 학생들이 다양한 종목의 학교스포츠클럽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고영종 교육부 책임교육지원관은 “학생선수가 체육전문 분야의 미래 인재로 자라나기 위해서는 체육 진로개발 지원뿐만 아니라. ‘학생’으로서 학습권 보장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라며 “앞으로도 학생들이 미래의 체육인재이자 건강한 사회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관계부처와 함께 지속적으로 협력·지원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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