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껏 단 한 번도 계보 정치를 하지 않았습니다. 저의 베이스캠프 역시 (계파) 정치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김기현이 추구하는 가치와 방향에 대해 공감하는 사람들이 모인 ‘가치 동맹’입니다.”
국민의힘 당권 주자인 김기현 의원은 19일 서울경제와 만나 “김기현의 진가를 많은 국민께서 인식하기 시작했다. ‘들여다보니 괜찮은 사람이네’라는 평가가 빠른 속도로 확산하고 있다”며 자신감에 찬 모습이었다. 지난해 12월 한 자릿수 지지율에서 시작한 김 의원은 새해 들어 30%를 돌파한 뒤 곧장 40%대에 올라섰다. 김 의원은 이 같은 현상에 대해 “당심이 끌어올린 이변(異變)이 아닌 정변(靖邊)”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당내에서 ‘전략가형’ 리더로 평가된다. 대표적으로 지난 대선에서 이준석 전 대표와 당시 윤석열 대통령 후보 간 갈등 국면을 봉합한 울산회동을 주선하고 대선 승리를 이끌어냈다. 원내대표를 지내며 싸울 때는 잘 싸우고, 협상이 필요할 때는 협상도 잘하는 ‘강온양면 전략’이 그가 자평하는 전략가로서의 면모이기도 했다. 여당에서 그동안 ‘가치주’라는 평가를 받은 것도 여소야대 상황에서 거대 야당과 밀당을 하면서도 얻어낼 것을 얻어낸 원내대표로서의 성과를 인정해서였다.
이와 관련해 김 의원과 김장연대를 구축한 장제원 의원은 ‘덕장이자 용장’이라며 김 의원을 치켜세운 바 있다. 김 의원은 “기본적으로 저 사람에게 일을 맡기면 사고 없이 잘하더라. 굉장히 안정적으로 잘 관리하더라라는 점을 인정해주신 것 같다”며 “제가 당 대표가 되면 소통이나 불협화음 등 논란 없이 집권 여당의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향후 전략으로 제시한 ‘연포탕(연대·포용·탕평)’ 역시 같은 맥락이다. 그는 앞서 윤심을 실어준 김장연대를 ‘철이 지났다’고 표현한 것에 대해 “김장은 다 숙성을 시켜놓았으니 이제는 된장찌개를 끓이고 연포탕을 끓이러 간다는 것”이라며 “김장으로 끝내면 안 된다는 것이지 김장을 폐기했느냐고 하는 것은 그야말로 자의적인 해석”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장도 필요하고 김나·김안·김윤 모두 필요하다. 공감대를 형성하는 과정들이 좀 더 필요하겠지만 결국 총선을 앞두고 본다면 큰 그림을 그리고 가야 한다”며 경쟁 후보들과의 대통합, 외연 확장의 의지를 명확히 했다.
윤석열 정부의 개혁 과제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라도 당의 통합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총선을 앞두고 당과 대통령실이 3대(노동·교육·연금) 개혁 과제 등 주요 국정 어젠다를 ‘원 보이스’로 추진해나가는 모습을 국민 여러분께 보여드리는 것이 당의 바람직한 변화이자 쇄신이라고 생각한다”며 역대 정부가 금기시했던 연금 개혁 등 소위 인기 없는 개혁까지 뚝심 있게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3대 개혁 과제들은 우선순위가 따로 없이 모두 중요하다”며 “노동 현장의 법치주의 확립, 시대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교육 시스템 개선, 연금제도 운용의 건전성과 지속 가능성 제고 등은 우리 경제의 활로 모색과 체질 개선, 그리고 근력 강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세 가지 과제들은 상호보완적일 수밖에 없고 미래 세대를 위해 동시에 다뤄져야 한다”며 여당의 역할을 거듭 강조했다.
당의 정책 역량 역시 강화해야 한다고 봤다. 김 의원은 “국민의힘이 당내 약자와의동행위원회를 통해 제시한 입법 과제 중 주거 취약 계층을 위한 임대주택법 개정 등이 있는데 야당을 잘 설득해나가겠다”며 “개혁 과제를 발굴해 주도할 수 있도록 정책 역량을 강화하겠다”고 덧붙였다.
김 의원은 야당과의 협치에도 자신감을 나타냈다. 그는 지난해 국회에서 법인세 인하 등 주요 국정과제에 제동이 걸렸던 것에 대해 아쉬워하면서도 “민생을 살리는 데 여야가 따로 있을 수는 없다”며 “진정성 있게 대야 설득에 나서 협조를 이끌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필요하다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만남도 주저하지 않겠다고 했다. 김 의원은 “이 대표 본인의 리스크를 덮기 위한 정략적 의도가 있는 게 아니라는 전제하에 대화의 문은 항상 열려 있다”고 밝혔다.
차기 총선 승리를 위한 전략도 구체화했다. 그는 △데이터 기반 ‘혁신’ 공천 △시스템 기반 ‘공정’ 공천 △지역 맞춤형 ‘인재’ 공천 △내로남불 없는 ‘양심’ 공천 등 4대 원칙에 기반한 이기는 공천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김 의원은 “수도권에서의 과반 달성이 절체절명의 과제인 것은 두 말할 것도 없다”며 “다만 총선 승리 전략 구상에 있어 수도권과 비수도권이 따로일 수 없고 중도층과 청년 세대의 전략 역시 별개일 수 없다”고 단언했다. “총선 구도에 대응할 전략을 내놓고 힘 있게 추진하면서 본선 경쟁력을 갖춘 인물들을 후보로 뽑아 승부에 임하겠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윤 대통령이 제안한 중대선거구제 개편에 대해서는 “정당의 단기 이익이 아닌 중장기적 정치 발전을 놓고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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