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지난해 역대 최대 규모의 무역적자를 기록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공급망 붕괴 등으로 원자재 가격이 오른 가운데 기록적인 엔저로 수입 비용이 불어나면서 2년 연속 무역적자의 늪에 빠졌다.
일본 재무성이 19일 발표한 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수출액에서 수입액을 뺀 무역수지는 19조 9713억 엔(약 192조 원) 적자를 기록했다. 비교 가능한 통계가 있는 1979년 이후 가장 큰 규모의 적자다. 2021년(1조 4721억 엔 적자)에 이어 2년 연속 무역수지 적자 기록을 이어갔고 규모도 13배 넘게 확대됐다.
지난해 수출은 자동차와 철강을 중심으로 호조를 보였으나 수입액 증가 폭을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수출은 전년 대비 18.2% 증가한 98조 1860억 엔으로 사상 최대치를 달성했다. 다만 수입이 전년보다 40% 가까이 급증한 118조 1573억 엔으로 집계됐다. 일본의 연간 수입액이 100조 엔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석탄 등 에너지 관련 품목의 수입 비용이 폭등하면서 무역수지 적자로 이어졌다. 이 같은 광물성 연료 수입액은 전년과 비교해 2배 가까이 늘어난 33조 4755억 엔을 기록했다. 전체 수입액의 30%가 집중된 것이다.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중동 지역에서의 수입은 82.1% 증가했고 호주로부터의 수입액도 2배로 불어났다.
지난해 봄 이후 발생한 급격한 엔화 약세 흐름도 수입액 확대를 부추겼다. 세관 신고에서 쓰이는 환율은 연평균 달러당 130.77엔으로 1998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수출은 6057억 엔으로 전년 대비 29.8% 감소했다. 미국·유럽의 대러 경제 제재에 동참하면서 반도체 등 전자 부품의 수출이 크게 줄었다. 대러 수입액은 LNG와 석탄 가격 상승으로 26.2% 증가한 1조 9579억 엔을 기록했다. 대중국 수출 역시 화물 이동을 나타내는 수량지수를 기준으로 13.8% 쪼그라들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중국의 코로나19 감염 확대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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