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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 분열, 인플레 완화 등 도움 안돼…막대한 대가 치를 것" [다보스포럼]

['세계화 균열' 성토장 된 다보스]

미·중 이어 대서양 무역 긴장 고조

공급망 분절로 물가 상승 불보듯

美·中 보조금 살포에 전세계 피해

100개국 이상 보호주의 채택 등

'기술 디커플링 심화' 경고 잇따라





스위스 취리히에서 닷새 일정으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인 다보스포럼에서 ‘세계 경제가 분열하고 있다’는 비판과 지적이 쏟아져 나왔다. 패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미국과 중국이 글로벌 시장에서 서로를 배척하는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이 심화하는 데 이어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앞세워 자국 산업 경쟁력 강화에 나선 미국과 이에 대응하는 유럽 간 ‘대서양 무역 긴장’도 고조되고 있다는 것이다. 세계화의 상징인 다보스포럼이 세계화 균열을 성토하는 장이 된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 ‘2인자’인 기타 고피나트 수석부총재는 다보스포럼 셋째 날인 18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지리 경제적 분열이 매우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의 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 등으로 인한 양국 간 기술 디커플링,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전기차 보조금 지급을 둘러싸고 형성하고 있는 긴장 관계가 세계 경제가 분열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현상이라고 짚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원유·천연가스 시장의 혼란과 비효율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고피나트 부총재는 “이 같은 분열은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완화 노력에도 부정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제적 분열로 인한 공급망 분절은 결국 공급 부족에 따른 물가 상승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EU 행정부 수반 격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포럼 특별 연설을 통해 EU가 미국과 중국의 산업 정책에 의해 모두 피해를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은 유럽의 에너지 집약적 기업들에 생산 시설을 자국으로 이전하도록 공개적으로 권장하고 있으며 미국은 IRA를 통해 북미에서 조립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한 것을 싸잡아 비판한 것이다. 그는 “미국 IRA의 (보조금 관련) 특정 요소를 두고 우려가 제기되는 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라면서 EU 기업들과 EU에서 제조된 전기차에도 혜택을 줄 것을 요청했다.

이집트 통상장관을 지낸 라시드 무함마드 라시드도 “미국이 자국에 공장을 만드는 기업들에 (IRA 상의) 보조금을 주는 것은 자유경쟁이 아니다”라면서 세계화가 퇴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전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이번 행사에는 직접 참석하지 않았지만 “글로벌리즘과 자유무역이 해로울 수 있다는 생각은 지양돼야 한다”는 메시지를 내놓았다.



현장에서 이 같은 현상을 직접 목격하고 있는 기업들의 불안감은 상당하다. CNBC는 “유럽 기업들도 미국이 국제 무역 질서를 위반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대규모 재정 지원이 이뤄지는 미국 투자를 늘리는 것 말고 다른 선택 사항이 없다”고 전했다. 벨기에 화학 업체인 솔베이의 일함 카드리 최고경영자(CEO)는 “유럽 산업계에서 미국 IRA는 모두가 문제인 줄 알지만 선뜻 나서 지적하지 않는 ‘방 안의 코끼리’”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 같은 ‘분절’이 가져올 경제적 손실이 막대하다는 것이다. IMF는 최근 세계 경제 분열로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이 7%가량 감소할 수 있다는 경고를 내놓았다. IMF는 또 빈국과 선진국의 저소득층이 이 같은 분절화에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자유무역을 기반으로 구축된 현 국제통화 체계와 금융 안전망이 분열된 세계 경제라는 새로운 흐름에 얼마나 부합할 수 있을지 확인하는 일도 급선무다.

세계화의 퇴조가 각국을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 상태로 만들 것이라는 우려 역시 상당하다. 세계 경제 분열은 비단 미국과 중국·유럽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UN에 따르면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100개국 이상이 현재 보조금과 수출 통제 등 보호주의 성격의 정책을 이미 도입했다. 주요 7개국(G7)의 보조금 지출은 2016년 GDP 평균 0.6%에서 2020년 2%로 크게 올랐다. 주간 이코노미스트는 “팬데믹 대응 차원에서 확대된 보조금은 앞으로도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최근 “EU는 미국 IRA처럼 산업 정책을 개혁할 필요가 있다”며 유럽 중심의 산업 질서에 대한 필요성을 노골적으로 강조하기도 했다.

이코노미스트는 “미국과 동맹국이 보조금 경쟁을 벌이면 관련 기업들은 보조금을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 과정에는 비효율적인 노력, 공적 자금 낭비, 협력하기로 한 국가들 간 비난전이 예정돼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IRA로 보호주의 장벽을 높게 쌓아 올린 미국이 외려 수천 억 달러의 막대한 대가를 치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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