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국회에서 대통령과 국무총리·장관 등의 탄핵안을 통과시켰을 때 탄핵을 소추할 법제사법위원장을 ‘탄핵소추위원’에서 배제하는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최기상 민주당 원내법률부대표는 18일 ‘법사위원장이 탄핵소추위원이 된다’고 규정한 법 조항을 ‘탄핵소추를 발의한 의원 중 1인이 소추위원이 된다’고 바꾼 헌법재판소법·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탄핵소추위원은 일반 형사 범죄 공소를 제기하는 검사처럼 헌법재판소에서 탄핵 심판이 열릴 때 국회를 대표해 탄핵의 사유와 필요성을 주장하는 역할을 한다. 민주당이 한동훈 법무부 장관 등에 대한 탄핵안을 국회에서 통과시키더라도 국민의힘 소속 김도읍 법사위원장이 걸림돌로 작용할까 봐 아예 법사위원장의 역할을 차단하려는 의도이다. 이번 발의에는 민주당 원내지도부 의원들이 많이 참여해 ‘법사위원장 패싱법’이 당론으로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감사완박(감사원 권한 완전 박탈)’에 이어 여당이 위원장을 차지한 법사위원회까지 무력화하기 위해 ‘법사완박(법사위 권한 완전 박탈)’을 밀어붙이려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민주당은 감사원이 전 정부의 잘못을 들춰내자 지난해 11월 감사원의 감사 개시, 계획 변경 등에 대해 감사위원회의 사전 승인을 얻도록 하는 감사원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감사위 일반 위원 6명 중 5명이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감사위원회를 통해 헌법기관인 감사원의 손발을 묶어놓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와 관련한 수사를 하는 검사 사진과 이름을 공개해 ‘검사 좌표 찍기’ 논란을 벌인 데 이어 ‘수사 검사 실명제’ 추진까지 검토하고 있다.
정치적 목적을 위해서는 사법 제도의 골격까지 제멋대로 바꿀 수 있다는 발상이다. 거대 야당이 압도적 과반 의석을 무기로 탄핵을 주도하고 소추까지 맘대로 할 수 있게 되면 탄핵 남발 등으로 헌법 질서가 흔들리게 된다. 자신들의 비리를 덮기 위해 법 체계를 흔들면서 정부를 무력화하려는 입법 폭주를 이어간다면 결국 선거에서 국민들이 등을 돌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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