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남한 드라마나 영화에 나오는 ‘남한 말투’가 급속히 퍼지자 북한 당국이 단속 강화에 나섰다.
북한은 최근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8차 회의에서 ‘평양문화어보호법’을 채택해 남한말을 비롯한 외국식 말투에 대한 ‘핀셋 단속’을 강화하겠다고 공식 경고했다. 북한에서 표준어인 평양말 외에 남한말 등 외래어를 사용하지 말라는 것이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이번 회의에서 강윤석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은 평양문화어보호법 채택과 관련한 보고에서 “평양문화어를 보호하며 적극 살려나가는 것은 사회주의 민족문화 발전의 합법칙적 요구”라고 밝히며 언어생활에서 주체를 철저히 세우는 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북한에서는 수년 전부터 2030 세대를 중심으로 남한 드라마나 영화 등 한류 콘텐츠가 유행하면서 서울 말씨와 영어식 표현이 만연해졌다.
특히 북한이 이런 법령을 채택한 것은 단순히 언어적인 측면을 넘어 외부 사조가 일상에 스며드는 것에 대한 당국의 경계심이 반영되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홍민 통일연구원 실장은 “이번 법 채택이 북한 주민들의 언어 사용 변화에 심각성을 느끼는 인식이 지도부 내부적으로 축적된 결과”라며 “주민들에게 일종의 ‘선전포고’를 함으로써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효과도 있다”고 해석했다.
매번 일상생활을 통제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보니 아예 언어 자체를 통제할 수 있는 관련 법을 제정하고 공포한 것만으로도 규제 효과가 상당 부분 있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북한은 평양문화어보호법을 통해 평양말과 이를 바탕으로 한 사회주의 사상과 문화, 제도를 철저히 보호하고 체제 결속력을 유지하겠다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한편 북한은 2020년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제정하기도 했다. 반동사상문화배격법에는 남측 영상물 유포자를 사형에 처하는 초강수 처벌 조항이 들어 있다.
평양문화어보호법 조항 위반 행위에 대한 처벌 수위는 반동사상문화배격법에 따른 처벌에 준할 것으로 보인다.
/김유진 인턴기자 jin02114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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