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하급자가 상급자를 대상으로 한 직장 내 괴롭힘이 성립한다는 중앙노동위원회의 판정이 나왔다. 해당 사건의 개별성을 감안하더라도 직장 내 괴롭힘은 상급자가 하급자에게 한다는 '상식'을 뒤집은 판정이다.
24일 중앙노동위원회에 따르면 지난달 중노위는 A씨가 상급자 B씨를 상대로 직장 내 괴롭힘을 해 회사로부터 받은 ‘2개월 출근 정지’ 징계가 부당하다고 구제를 신청한 사건에 대해 징계가 정당하다고 판정했다.
우선 중노위는 A씨를 비롯해 하급자 19명이 그룹장인 B씨에게 한 행동이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섰다고 봤다. 하급자들은 B씨를 상대로 사임을 요구하는 피케팅을 하고 현수막을 걸고 홍보물을 배포했다. 연판장도 작성했다. 이로 인해 B씨는 신체와 정신적 고통으로 치료를 받았다.
특히 이 사건의 관건은 직장 내 괴롭힘이 성립하는지였다. 근로기준법 76조는 직장 내 지위 또는 관계 우위를 위해 신체와 정신에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 규정했다. 직장 내 우위는 상급자에 있는 게 일반적이다. 이 때문에 그동안 직장 내 괴롭힘은 상급자가 하급자에게 하는 가해로 인식됐다. 이번 판정처럼 하급자가 가해자로 인정되는 경우도 흔하지 않았다고 알려졌다.
중노위는 '우위'의 요건을 상하 관계로 좁혀 판단하지 않았다. 하급자가 수적으로 다수(19명)인 상황도 우위인 상태로 판단했다. B씨가 상급자였지만, 임원이 아니라는 점도 판정 과정에서 고려됐다. 사용자로 인정받는 임원과 근로자가 아니라 같은 근로자끼리 일어난 일이라는 것이다.
이번 판정은 우위의 요건을 폭넓게 해석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이번 판정을 여러 직장 내 괴롭힘 상황에 대입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만일 노동조합이 직접 나서 상급자에 대한 문제 제기를 했다면, 괴롭힘으로 볼 수 있을지와 정당한 노조 활동을 한 것인지를 놓고 해석이 엇갈릴 수 있다. 이번 사건의 경우 하급자들은 집단 행동을 하기 전 노조에 도움을 청했지만, 거절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중노위 관계자는 "노조 활동이었다면이란 식의 가정으로 기존 사건을 새롭게 판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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