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민간용병기업 와그너의 한 지휘관이 목숨을 건 탈영 끝에 노르웨이에 망명 신청을 했다. 그는 공개 처형 등 와그너의 전쟁 범죄를 목격하고 탈영을 경심했다고 전했다.
BBC, CNN 등 최근 보도에 따르면, 전직 와그너 지휘관 안드레이 메드베데프(26)는 복무 연장을 거부하고 노르웨이로 피신한 뒤 망명을 신청했다.
그는 지난 13일 오전 2시쯤 러시아와 노르웨이의 국경을 넘었다. 현재 메드베데프는 오슬로의 이민법 위반자 시설에 구금된 것으로 전해졌다.
메드베데프는 절도 혐의로 복역을 마친 뒤 지난해 7월 출소했다. 이후 와그너와 지난해 7월 6일부터 11월 6일까지 4개월의 복무 계약을 맺었고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 지휘관을 맡기도 했다.
하지만 와그너는 계약 만료 후에도 복무를 강요했고, 결국 메드베데프는 탈영을 결심했다.
그는 “와그너는 지난해 8월 러시아의 여러 감옥에서 전쟁에 투입할 죄수들을 데려오기 시작했다”며 “죄수들이 도착하면 태도가 바뀌어 사람 취급을 안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부상을 입고 병원에 입원했다가 탈영을 시도한 죄수 용병 3명이 10명의 신병 앞에서 총살됐다. 반역하거나 전투를 거부하면 이렇게 된다는 본보기를 보여준 것”이라고 ‘죄수 용병’에 대한 비인간적인 대우를 폭로했다.
또 메드베데프는 한 전과자 출신 부대원이 탈영하다 발각돼 잔인하게 살해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탈영병은) 큰 망치에 머리가 박살나면서 숨졌다”며 “만약 그들이 나를 붙잡았더라면 당연히 죽였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와그너에는 탈영병들을 끝까지 추적해 붙잡아 온 뒤 처형하는 특수부대가 따로 있다고도 했다.
메드베데프는 탈영 당시 상황에 대해 “뒤에서 수색견들이 짖어 대는 소리가 들렸고 탐조등이 켜진 가운데 내 쪽으로 총탄이 날아왔다. 무작정 숲을 향해 달렸다”고 긴박했던 당시를 떠올렸다. 그러면서 “2㎞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집들의 불빛을 향해 뛰고 또 뛰었다”며 “불 켜진 첫 번째 집의 출입문을 세게 두드려 도움을 요청한 뒤에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고 했다.
와그너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설립했다. 와그너는 사면을 미끼로 중범죄자들을 데려와 이들을 우크라이나의 격전지에 투입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에는 러시아에서 여성 80여 명을 성폭행하고 살해해 종신 복역 중인 연쇄살인범이 지원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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