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정책을 주도하는 기획재정부가 황당한 실수를 되풀이하는 바람에 시장의 신뢰를 잃고 있다. 올해부터 시행된 고향사랑기부제의 경우 기재부의 잘못으로 금융투자소득세 시행 시기와 묶여 세액공제 혜택이 2년 뒤인 2025년 시행으로 늦춰졌다. 고향사랑기부제는 자신이 거주하지 않는 지방자치단체를 선택해 일정 금액을 기부하면 500만 원 한도에서 세액공제와 답례품 혜택을 주는 제도이다. 기재부는 “실무자의 단순 실수에 따른 것으로 연내 법을 개정하면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지만 일선 지자체의 사업 혼선과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뒤늦게 알려진 즉석 복권의 인쇄 오류도 납득하기 어렵다. 기재부는 ‘스피또1000 58회 차’ 판매 과정에서 인쇄 오류 복권 20만 장을 발견했으나 별다른 공지 없이 이를 회수한 뒤 잔량 2520만 장을 그대로 판매했다. 정부가 공정성과 정확성이 생명인 복권의 제작 오류를 제대로 알리지 않아 공신력 추락을 자초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일각에서 기재부의 과실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까지 나오는 이유다.
기재부는 지난해 말 반도체 시설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대기업 기준 6%에서 8%로 찔끔 올렸다가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매서운 질책과 함께 “세액공제율을 더 올리라”는 지시를 받아야 했다. 기재부가 눈앞의 세수 실적에 급급한 관료주의에 파묻혀 국가 전략산업 지원이라는 중대 과제를 외면한 셈이다.
우리 경제는 말 그대로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올해 성장률은 1%대마저 장담하기 어렵고 수출과 투자·고용도 혹한기를 맞고 있다. 당장 이달 1~20일 수출액은 336억 21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7% 감소했고 무역수지 적자는 102억 달러를 넘었다. 이럴 때일수록 중요한 것은 정책이 시장의 신뢰를 얻는 일이다. 기재부가 중심을 잡고 경제 상황을 24시간 빈틈없이 챙겨야 위기 국면을 헤쳐나갈 수 있다. 그러려면 정책 당국이 내부 기강을 바로잡고 정책을 정교하게 수립하면서 경제 주체들을 설득해야 한다. 지금처럼 경제 컨트롤타워가 실수를 반복한다면 위기 극복과 경제 살리기는 요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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