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이르면 25일부터 전국 5개 국토관리청 전담팀을 투입해 건설 노조의 불법행위에 대한 현장 조사에 착수한다. 지난해 12월 30일부터 이달 13일까지 민간 건설협회를 통해 실시한 ‘건설 현장 불법행위 피해 사례 실태 조사’의 후속 조치다. 국토부는 타워크레인 월례비 강요, 노조 조합원 채용 강요 등 노조의 법 저촉 행위가 심각하다고 판단되는 곳부터 점검할 계획이다. 국토부는 “수동적 조사에서 벗어나 현장을 돌아다니며 불법을 잡아낼 것”이라고 밝혔다.
국토부 실태 조사에서 드러난 건설 노조의 불법행위는 무법천지나 다름없다. 118개 건설사가 타워크레인 월례비, 노조 전임비 등으로 노조에 부당하게 지급한 돈만 최근 3년 동안 1686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같은 불법행위는 전국 총 1494곳의 현장에서 2070건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노조의 보복이 두려워 신고하지 않은 업체가 많으므로 실제 피해는 훨씬 클 것이다. 경찰은 건설 현장의 각종 불법행위를 포착하고 19일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산하를 포함해 전국 8개 건설 분야 노조 사무실 등 34곳을 압수 수색했다.
과거 정부가 수수방관하는 바람에 건설 현장에서 노조의 횡포는 관행처럼 굳어졌다. 정부가 방치한 사이 건설사는 공사 중단 등 피해를 줄이기 위해 노조의 요구를 들어줘야 했다. 국토부 조사에서도 노조의 불법행위로 공사가 지연된 현장이 329곳이나 됐고 최대 120일까지 공사가 지체된 경우도 있었다. 공사가 늦어질수록 손해는 건설사와 제때 입주하지 못하는 입주자가 감당해야 한다. 건설 노조의 금품 비리는 노조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고 건설 단가 및 분양가로 전가돼 결국 국민 부담으로 돌아간다.
그동안 노조가 갈취한 막대한 액수의 금품은 어떻게 회계 처리되는지, 누가 쓰는지 제대로 밝혀진 적이 없다. 이번에는 철저한 조사로 법 위에 군림하는 노조의 무법 행태를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한다. 불법행위를 엄중하게 처벌해야 무너진 산업 현장의 법치를 바로 세울 수 있다. 노사 법치주의를 확립해 노조의 횡포가 발붙이지 못하게 하는 것이 노동 개혁의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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