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육아휴직자 가운데 남성 비율이 28.9%에 달했다. 현재 추이를 보면 내년에는 30% 돌파가 예상된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시작된 ‘3+3 부모육아휴직제’ 와 육아휴직급여 소득대체율 인상 등의 영향으로 풀이했다. 육아휴직 기간에 경제적 부담이 줄어든 만큼 남성 육아휴직자가 늘고 있다는 해석이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경직된 조직 문화와 사회적 관습 때문에 육아휴직을 마음대로 쓰기 쉽지 않다는 목소리가 여전하다.
25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육아휴직자는 13만 1087명으로 전년 대비 18.6% 급증했다. 연도별 육아휴직자는 2018년 9만 9198명, 2019년 10만 5165명, 2020년 11만 2040명, 2021년 11만 555명, 지난해 13만 1087명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재택근무의 영향으로 2021년에는 줄었다가 지난해 대면 활동이 재개되면서 증가 폭도 다시 커졌다.
고용부는 육아휴직자가 늘어난 것은 육아휴직제 여건이 개선된 덕분이라고 해석했다. 지난해 육아휴직급여 소득대체율은 월 통상임금 기준 50%에서 80%로 확대됐다. 생후 12개월 이내 자녀를 위해 부모 모두 육아휴직을 쓰는 경우 첫 3개월간 통상임금 전부를 지급하는‘3+3 부모육아휴직제’도 도입됐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남성 육아휴직자가 같은 기간 28.9%로 크게 늘었다는 점이다. 남성 육아휴직자 비율은 2019년 21.2%에 그쳤지만 매년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남성 육아휴직이 증가한 것은 청년 세대와 직장 등 사회 전반의 인식 변화로 보인다”며 “부모의 육아휴직이 확산되고 경력 단절도 개인의 책임에서 사회의 책임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부모 모두 육아휴직이 쉽지 않다는 목소리가 여전하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이 지난해 0~12세 자녀를 키우고 있는 시민 2005명(여성 1482명·남성 523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육아휴직 시 우려점으로 직장 내 경쟁력 약화를 꼽은 비율이 여성은 34.1%, 남성은 29.8%를 기록했다. 동료들의 업무 부담과 사용 기간 소득 감소를 꼽은 비율도 16~21%에 달했다.
특히 여성의 경우 육아와 직장 생활을 병행하는 일·가정 양립이 어려운 상황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여가부의 ‘2021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 보고서에 따르면 여성 고용률은 결혼·임신·육아기인 30대 때 감소한 후 40대에 다시 증가하는 ‘M자’ 형태가 유지됐다. 여성이 가사와 육아를 부담해야 하는 인식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대기업보다 인력 수급이 원활하지 않고 복지 여건이 좋지 않은 중소기업의 경우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쓰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현재 서울시립대 도시인문학연구소 교수는 “육아휴직이 대기업 중심의 복지로 제공되고 여성에게 집중되면서 여성이 아이 돌봄(지원)을 주로 받게 되는 경향을 만들었다”며 “정부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남녀가 육아휴직을 같이 쓰고 일과 가정이 양립할 수 있는 많은 정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지난해 육아휴직자 가운데 중소기업 소속은 7만 1336명, 대기업 소속은 5만 9751명이다. 지난해 육아휴직 평균 사용 기간은 9개월로 전년보다 0.5개월 감소했다. 육아휴직자의 64.3%는 자녀가 1세 이하일 때 사용했다. 13.6%는 자녀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무렵인 7~8세 때 육아휴직을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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