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설 연휴를 마치자마자 ‘30조 원 추가경정예산안’ 카드를 다시 꺼냈다. 이 대표는 2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추경 30조 원 가운데) 5조 원 규모의 ‘핀셋 물가지원금’에는 에너지 문제도 포함돼 있다”며 “난방비 폭등으로 국민의 큰 고통이 계속되지 않도록 정부의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30조 원의 추경에는 소득 하위 80%인 1700만 가구에 최대 40만 원씩 물가지원금을 주는 방안이 포함돼 있다.
민주당은 ‘물가지원금’이라는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웠지만 전문가들은 “돈 풀기는 외려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미 문재인 정부 때 코로나19 지원금을 지급해 물가가 오르자 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인상했고 결국 서민이 힘들어지는 악순환을 경험했다. 이번에 물가지원금 지급 선례를 남기면 앞으로 물가가 크게 오를 때마다 유사한 지원금을 줘야 한다. 그럴 경우 국가 재정이 더 악화되고 경제정책은 모럴해저드의 늪에 빠지게 된다. 민주당은 추경에 전월세보증금 이자 지원, 임대료 등 고정비 상환 감면, 지역화폐 예산 증액 등도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게다가 올해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한 지 한 달여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대규모 추경을 편성하겠다는 것은 무리수이다.
민주당은 코로나19 부채 이자 감면 등을 명분으로 내세워 금융사의 등을 떠미는 조치도 추진하고 있다. 금융사들이 최근 고금리로 엄청난 이익을 냈으니 금리 인하로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코로나19에 따른 부채에 대해 정부 재원으로 최대 1.5%포인트의 이자를 감면해주고 금융사도 똑같이 가산 금리 인하 등을 통해 1.5%포인트를 내리도록 유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고유가에 따른 정유사들의 실적 호조를 거론하면서 “횡재세도 제도적으로 도입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기업 이익의 사회 환원을 요구한 것이다. 민주당이 나라 곳간 사정은 생각하지 않고 무리한 선심 정책들을 쏟아내면서 ‘민생 지원’ 주장의 진정성이 의심받고 있다. 이러니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희석시키기 위해 나랏돈을 자신의 쌈짓돈처럼 쓰려는 ‘방탄용 포퓰리즘’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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