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미네이터’ 시리즈를 처음 봤을 때만큼 스릴을 선사한다. 북미에선 ‘아바타: 물의 길’을 제치고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며 흥행 열풍을 새로 쓰고 있는 영화 ‘메간(M3GAN)’이 국내 개봉 첫 날인 25일 박스오피스 5위로 순조로운 출발을 알렸다.
‘메간’(감독 제라드 존스톤)은 ‘컨저링’, ‘애나벨’을 연출한 제임스 완이 각본과 프로듀서로 참여하고 ‘해피 데스데이’, ‘겟 아웃’ 등으로 이름을 알린 저예산 호러 전문 제작사 블룸하우스가 제작했다. 이번에는 기술 발전과 함께 생길 수 있는 일을 풀어낸 현대적인 호러를 내놨는데, 코믹 요소를 섞었다. 전체적으로 유쾌한 톤 위로 스릴이 갈수록 폭주하며 도파민이 방출되는 웰메이드 오락 영화다.
‘메간’은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은 소녀 케이디(바이올렛 맥그로우)를 위해 이모 젬마(앨리슨 윌리엄스)가 프로그래밍된 AI 로봇 메간을 선물하고, 메간이 케이디와의 우정을 위해 예측할 수 없는 업그레이드를 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지난 6일 북미에서 개봉한 첫날 22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던 ‘아바타: 물의 길’을 제치고 북미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해 놀라움을 안겼다. 최근까지 글로벌 흥행 수익 1억 2,000만 달러를 돌파하며 제작비 1,200만 달러의 10배를 벌어들였다. 이 같은 흥행에 힘입어 ‘메간’은 속편 제작을 공식화하고 2025년 1월 17일 북미 개봉일까지 확정한 상태다.
영화의 최고 매력은 단연 압도적인 스릴과 긴장감이다. 친구 역할을 위해 만들어진 AI 로봇 인형 메간은 보호하기로 한 대상에게 집착하며 점차 광기를 드러낸다. 메간은 어찌 된 일인지 예상에 없던 죽음을 학습하고, 케이디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면 그게 누구든 공격의 대상으로 삼는다. 영화는 일련의 에피소드를 거치며 점차 호러 분위기로 바뀐다. 메간의 기괴하고 오싹한 표정이 본격적으로 드러난다. 그렇게 메간이 통제 불능의 폭력적인 존재로 변하는 과정을 차곡차곡 쌓아 올린다.
인상 깊은 배우들의 호연 속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건 영화 ‘사탄의 인형’ 속 처키를 닮은 주인공 메간이다. 로봇을 활용한 애니메트로닉스 기술로 메간의 움직임을 사실적이고 생생하게 구현했다. 그 덕에 보고 나면 서늘해질 만큼 스릴이 넘친다. 특히 후반부의 하이라이트가 영화의 백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긴장감이 팽팽하다. 인간이 어찌할 수 없는, 인간보다 강한 로봇이 인간을 해치려 달려들 때 느껴지는 무서움은 압도적이다. 이런 공포감은 흡사 ‘터미네이터’ 시리즈와 비슷하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코믹하다. 호러 특유의 찜찜함은 없고, 귀신 등의 초자연적 현상을 소재로 삼지 않았기 때문에 호러를 평소 이런 이유로 선호하지 않는 이들에게도 최고의 오락 영화가 될 만하다. 메간은 케이디를 괴롭히는 친구를 네발로 추격하거나, 살인을 앞두고 무표정의 꺾기 춤을 추는 등 기괴함을 선사한다. 그런데 이런 장면은 귀신 영화에서나 느낄 법한 끔찍한 무서움이 아니라 오싹한 동시에 재미있다. 메간의 시그니처 안무는 SNS 상에서 챌린지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여기에 음악도 팝스타들의 히트곡들이 다수 녹아져있다. 테일러 스위프트, 시아, 에미넴 등 세계적 아티스트의 음악이 곳곳에 담겨 유쾌하고 힙한 매력을 한층 더했다.
이모 젬마는 일하느라 바빠 가정을 챙길 여력이 없고, 부모를 잃고 힘든 시기를 보내는 케이디와 갈등을 빚는다. 이들의 이야기가 다소 늘어지면서 지루하게 느껴지는 지점도 있지만 후반부 ‘매운맛’이 제대로 나오면서 쾌감을 느끼기엔 충분하다.
던지는 교훈도 있다. 메간은 더 이상 부모가 아이를 돌보지 않아도 자식을 성심성의껏 보살펴 줄 1억짜리 로봇. 학습은 물론 정서적 교류까지 해주며 스스로 학습을 통해 발전해나가는 프로그램이다. 그러나 메간과 만난 이후, 케이디는 젬마와 교류하길 거부하고 이들의 관계는 더욱 소원해진다. 발전하는 IT 기술에 대한 성찰을 포함한 최첨단 오락 영화다. 호러 영화지만 따뜻한 메시지와 유쾌한 톤으로 영화관 나들이로 함께 보기에도 괜찮다. 25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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