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주류 세력인 친윤계가 3·8 전당대회 주요 국면마다 실력을 과시하고 있다. 친윤계 일각에서 제기됐던 당심 100%경선룰을 속전속결로 관철시킨데 이어 후보 교통정리에도 적극 나섰다. 원내 의원들이 대부분이 친윤계에 동조하며 단일대오가 형성되는 모양새지만 그만큼 정당 민주주의 후퇴에 대한 우려는 높아지고 있다.
안철수 경선캠프의 김영우 선대위원장은 26일 라디오(MBC) 인터뷰에서 “나경원 전 의원의 불출마 선언은 제가 봐도 허탈하고 전체적인 과정이 옳지 않았다”며 “(당 운영에 있어) 판단의 기준이 윤심, 친윤이라면 국민들이 어떻겠냐. 집권 여당의 모습에서 너무 멀어지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친윤계의 십자 포화에 백기를 든 나 전 의원의 사례를 거론하며 ‘친윤’ 구호로 도배된 전당대회 진행 상황을 나무란 것이다.
실제 3·8 전당대회의 시기, 규칙 설정에 친윤계가 강한 입김을 불어넣는 모습이다. 지난해 연말 2말3초에 전당대회를 치르기를 바란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을 전한 보도가 나온지 얼마지 않아 당 지도부는 3월 전당대회를 치르기로 확정됐다.
‘당원 100% 경선룰’ 개정도 친윤계가 밀어붙인 결과물이라는 평가가 많다. 당원 대 일반국민 비율이 각각 7대 3이었던 경선룰을 100% 당심으로 개정하자는 요구는 친윤계 일각에서 처음 제기됐고, ‘특정 후보 배제용(유승민)’이란 비윤계의 반발도 적지 않아 통과 가능성을 높게 보지 않았다. 그럼에도 친윤계가 포진한 당 지도부는 “당 대표는 당원이 뽑고 당원이 당 의사 결정의 중심에 서야 한다”는 원칙을 내세우며 당헌당규를 개정했다.
선거 구도 형성에도 영향력을 발휘하는 모습이다. 이달 초 권성동 의원이 돌연 불출마를 선언했는데, 당권 도전에 박차를 가하던 시점이라 윤심이 반영된 것 아니다는 해석이 무성했다. 권 의원의 후퇴 덕분에 친윤 후보는 김기현 의원으로 단일화됐고, 친윤계의 전폭적 지지를 업고 김 의원의 단숨에 1위 후보로 부상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를 지켰던 나 전 의원이 당권 도전 의사를 피력하자 친윤계, 용산은 ‘헝가리식 출산 대책’ 제안을 지적하며 공세를 취했다. 장제원 의원의 직접 나서 “반윤 주자”라 비판하고, 윤석열 대통령의 해임 결정 직후 초선 50명의 연판장까지 나오면서 나 전 의원의 입지는 급격히 축소됐다.
지난해에도 친윤계의 거친 당 운영이 도마 위에 올랐었다. 이준석 전 대표의 퇴장 과정에서 이 대표와 친윤계가 강한 언사를 주고 받은 가운데, 윤 대통령이 권 의원에게 보낸 ‘체리따봉’ 이모티콘,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대표” 등의 메시지가 노출되면서 윤심 개입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친윤 일변도의 당 운영에 대한 내부 불만도 표면화되는 분위기다. 당권 주자인 안철수 의원은 “나 전 의원이 밝힌 낯선 당의 모습에 저도 당황스럽다”, 윤상현 의원은 “국민의힘에 만연하는 뺄셈정치 모습이 너무나 안타깝다”고 비판했다. 초선의 성명서에 이름을 올린 조수진 의원은 한 방송(CBS)에서 “성명의 내용이 너무 거칠고 정제되지 않았다”며 “초선 그룹 내에서도 뒷말이 많다”고 지적했다.
친윤계의 힘 자랑에 대한 역풍 우려도 제기된다. 대통령실 주도의 당정관계가 계속되는 인상을 줄 경우 대통령 지지율은 물론 총선 결과에까지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김웅 의원은 나 전 의원의 불출마 선언 뒤 “결국 승자는 없고 패자만 남은 게임. (총선이 있는) 1년 후 우리는 지난 6개월을 어찌 해명할 것인지”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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