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3·8 전당대회가 김기현 의원과 안철수 의원 간 양자 구도로 흘러가면서 잠재적 변수로 꼽혔던 결선 투표마저 열리지 않을 가능성이 관측된다. 10%대 지지율을 보유한 나경원 전 의원의 불출마 선언으로 양강 후보인 김 의원과 안 의원에게 표가 몰릴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두 후보는 과반 득표를 목표로 나 전 의원에게 구애의 손짓을 보내는 동시에 수도권 등 외연 확장에 집중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일찍이 과반 득표를 목표로 밝혀왔던 김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 인터뷰(KBS)에서 안 의원의 ‘수도권 대표론’에 대해 “저야말로 외연 확장성이 더 높은 사람이고 수도권에서도 보니까 제 지지율이 더 높다는 통계가 여론조사에서 나오고 있던데 뭘 근거로 해서 수도권이 강점이라는지 잘 모르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앞선 여론조사를 보면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에서도 경쟁자인 안 의원에 지지율이 앞선다는 것을 근거로 들어 수도권에서도 강세를 보이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최근 김 의원의 행보 역시 수도권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날은 서울시 마포구에서 열리는 ‘마포포럼’에 참석해 당내 지지 기반 확장에 나섰다. 마포포럼은 김무성 당 상임고문을 중심으로 국민의힘 소속 전·현직 의원 40여 명이 회원으로 활동하는 모임이다. 총선 승리 등 수도권에서의 강점이 차기 당 대표의 주요 조건으로 꼽히는 만큼 40대 이상, 영남권에서 높은 지지를 받고 있는 김 의원이 수도권으로의 외연 확장을 통해 과반 표심 확보를 공고히 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결선 투표까지 가지 않을 가능성이 좀 커졌다”며 “양자 구도로 가는 것이 명확해지면 표가 몰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도권과 청년층을 주요 지지 기반으로 확보한 안 의원도 재차 수도권 공략에 나섰다. 안 의원은 인천경영포럼에서 강연한 데 이어 마포갑 당협 당원 간담회에 참석해 당원들과 만났다. 그는 한 언론(조선일보) 유튜브에서도 “내 지역구가 성남시 대장동이고 사는 곳이 백현동”이라면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는 저승사자, 민주당에는 악몽을 안기는 여당 대표가 될 것”이라고 수도권 대표론을 재차 강조했다.
두 후보의 수도권 공략 행보에 대해 이 평론가는 “당원 표심도 일반 유권자들의 표심과 동조하는 측면이 있다”며 “지금 당 대표가 될 사람은 어찌 됐건 수도권이나 중도층에서의 확장력을 보여줘야 하는 상황이다 보니 당연히 그런 쪽으로 더 주력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두 후보 모두 나 전 의원을 향한 연대 러브콜을 보내기도 했다. 나 전 의원을 지지했던 당원 10%가량이 어디로 향할지가 결선 투표 여부를 결정 지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의원은 나 전 의원을 ‘영원한 동지’라고 평가하면서 “뿌리를 같이 하는 사람끼리 서로 마음을 맞추기가 좋을 것”이라며 사실상 연대를 제안했다. 안 의원 역시 인천경영포럼 강연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어느 정도 마음도 좀 가라앉으실 때 한 번 뵈려고 한다”며 나 전 의원과의 만남을 추진할 뜻을 밝혔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나 전 의원이 전당대회에서 활동하지 않겠다는 식으로 말한 만큼 공식적으로 지지를 선언하기보다는 나 전 의원을 도와줬던 사람들 위주로 움직임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하기도 했다.
양강의 신경전도 치열했다. 김 의원은 최근 안 의원이 ‘공천 공포정치’라며 자신을 비판한 것에 대해 “그야말로 적반하장”이라며 “안 의원은 다음 대선에 나가겠다고 사실상 공개 행보를 하고 있다”며 사천(私薦), 낙하산 공천 등의 우려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안 의원은 김 의원이 자신을 향해 ‘철새 정치’ ‘여기 기웃, 저기 기웃’ 등으로 비판한 것에 대해 “당원들 보기에 옳지 않은 그런 말씀”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제가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단일화를 해 정권 교체를 한 것도 잘못이었다, 그런 말씀인 것 같다”고 쏘아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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