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무사고 경력의 택시 운전사 양 씨(65). 운전에 대한 자부심은 여전하지만 예전과 달리 툭하면 아픈 허리가 걱정이다. 장거리 운전에 나선 뒤에는 욱신욱신한 허리 통증이 이어지기 일쑤다. 특히 며칠 전 승객에게 카드를 돌려주기 위해 상체를 돌리던 중 허리를 삐끗한 뒤부터 증상이 더욱 심해졌다. 퇴근하고 한숨 푹 자고 나면 나아질거라 여겼지만 밤새 허리 통증이 이어지는 탓에 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결국 다음날 가까운 한방병원을 찾은 양 씨는 퇴행성 허리디스크(요추추간판탈출증) 진단을 받았다. 장시간 같은 자세로 앉아 있어야 하는 근무 환경이 척추 노화를 가속시켜 증상이 빠르게 악화할 수 있다는 의료진의 말에 양 씨는 서둘러 치료에 나서기로 한다.
인구 고령화 추세와 맞물려 빠르게 나이가 들어가는 산업이 있다. 바로 우리의 이동을 책임지는 택시 산업이다. 서울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법인·개인 택시 운전자 중 60세 이상 연령 비중은 2016년 53.3%에서 2020년 69.5%로 4년새 16.2% 포인트 급증했다. 70세 이상 운전자 비중이 18.6%에 달한 반면 20~30대 운전자는 0.5%에 그쳤다.
진료실에서도 이 같은 변화를 체감하게 된다. 허리 통증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는 환자들 중 고령의 택시 운전사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양 씨의 사례처럼 장시간 운전으로 인해 척추에 부담이 누적돼 허리디스크가 발생한 경우에 해당한다.
실제로 장시간 앉아서 근무하는 환경은 허리에 큰 부담을 야기한다. 똑바로 서 있는 자세 대비 약 1.5배에 달하는 압력이 척추에 가해지는 탓이다. 누적된 부담은 척추뼈와 뼈 사이에서 완충작용을 하는 디스크(추간판)에 집중돼 손상을 유발하고, 이는 허리디스크의 원인이 된다. 특히 택시 운전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60세 이상 중장년층의 경우 척추 노화의 영향으로 허리디스크 증상이 빠르게 악화할 위험이 높다. 조기에 전문적인 치료를 받는 것이 현명하다. 인체에 인위적인 손상 없이 허리 통증을 해소할 수 있는 치료법 중 하나가 비수술 한의치료다.
허리디스크에 효과적인 한의치료 중 침치료는 장시간 같은 자세를 유지하는 과정에서 뻣뻣하게 경직된 근육을 부드럽게 이완하는 역할을 한다. 아시혈, 대장수혈 등 척추 주변 혈자리에 침을 놓아 뭉친 근육을 자극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허리 통증이 심한 경우에는 순수 한약재 성분을 인체에 무해하게 정제한 약침치료를 실시해 통증의 원인이 되는 염증을 빠르게 제거한다. 여기에 틀어진 척추 배열을 바르게 교정하는 추나요법을 병행하면 디스크에 가해지는 비정상적인 압력을 분산시킬 수 있다.
침치료의 허리 통증 완화 효과는 과학적으로도 입증됐다.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가 SCI(E)급 국제학술지 ‘플로스원(PLoS ONE)’에 게재한 연구논문에 따르면 침치료를 받은 허리 통증 환자의 요추질환 수술률이 36% 이상 감소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고령의 나이에 갑작스러운 수술이 부담스럽게 여겨지는 허리디스크 환자들에게 한의치료가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치료와 함께 운전 중 바른 자세를 취해 척추에 가해지는 압력을 줄이는 노력도 필수다. 운전석에 앉을 때는 엉덩이를 시트 끝까지 깊숙이 밀어 넣어 뒤에 빈 공간이 없도록 한다. 이때 등받이는 100~110도로 젖히고 무릎은 60도가량 굽히는 것이 바람직하다. 체격이 작은 사람의 경우 시트와 허리 사이에 쿠션을 받치면 S자형 허리 굴곡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또한 바지 뒷주머니에 소지품이 있으면 엉덩이 한쪽이 들려 허리가 틀어질 수 있으므로 운전 시에는 주머니를 비우는 것이 좋다.
베테랑 운전자의 경우 자신의 실력을 과신해 자세가 흐트러지기 쉽다. 하지만 틀어진 자세는 운전 시 집중력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운전자의 척추 건강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안전사고와 허리디스크 예방을 위해 바른 자세로 운전에 나서도록 하자. / 윤문식 수원자생한방병원 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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