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 1년을 맞이한 중대재해법을 놓고 여야 간 개정 논의가 재점화된다. 양향자 무소속 의원이 중대재해 예방 업무 위탁을 위한 전문 기관을 신설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할 계획이다. 개정 방향을 놓고 중대재해 예방 기능 강화를 강조해온 여당과 사후 처벌 강화에 초점을 둔 야당이 평행선을 달려온 가운데 양 의원의 입법안이 절충점의 계기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양 의원은 27일 국회에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공청회’를 열고 개정안 초안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었다. 양 의원안은 중대재해 예방 전문 기관 신설을 골자로 한다. 사업주 및 경영 책임자 등이 중대재해 예방 전문 기관에 안전 업무를 위탁할 경우 해당 법이 부여한 안전 및 보건 확보 의무를 다한 것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법을 고치려는 것이다. 현행 법의 모호한 규정으로 형사처벌의 불확실성을 떠안게 된 사업주, 경영 책임자로서는 양 의원안대로 법이 개정된다면 부담을 상당히 덜 수 있다.
양 의원은 고용노동부가 안전 및 보건 확보 의무의 이행을 평가하기 위한 기준을 정해 고시하도록 하는 규정도 신설하려 한다. 중대재해와 관련한 정부의 책임도 강화하겠다는 의도다. 이 외에도 중대재해의 정의와 처벌 범위 재조정에 대해 논의했다. 중대산업재해에 해당하는 요건 가운데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을 2년 이내 반복 발생으로 변경하는 등의 내용이다.
전문가들은 공청회에서 양 의원의 초안에 대한 보완책을 제시했다. 김상민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중대재해 예방 전문 기관에 위탁 시 안전 확보 의무를 다한 것으로 간주하는 것에 대한 당위성 논의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고용노동부가 전문 기관에 대한 철저한 관리 감독을 하도록 시행령이나 시행규칙을 보완해야 하고 관련 예산도 충분히 확보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고 제안했다.
양 의원은 공청회를 바탕으로 마련한 최종 개정안을 곧 발의할 계획이다. 양 의원은 “현재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의무 이행 기준들이 모호해 어디까지 책임이 있는지, 사고의 원인은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다”며 “사후 처벌보다는 사전 예방에 초점을 맞춰 근로자 안전을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궁극적으로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아닌 중대재해방지법으로의 용어 변경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환경노동위원회 여당 간사인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은 “양 의원이 정리된 법안을 내면 환노위에서 논의하겠다”고 했다.
여야 지도부도 이날 중대재해법에 주목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중대재해법이) 너무 사후 처벌 위주로 돼 있어서 예방 효과가 나지 않는다는 전문가 견해가 있다”며 “법 체계의 정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죽음 행렬이 이어지는 지금 법을 완화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매우 옳지 않다”면서 “중대재해법을 무력화하려는 시도를 즉시 중단하라”고 날을 세웠다.
앞서 박대출·노용호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각각 중대재해 예방에 관한 정부 권고를 이행해 인증을 받을 경우 처벌 형량을 감경해주거나 예방 시설을 정부가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반면 이탄희 민주당 의원은 벌금형 하한과 양형 특례조항을 추가해 처벌 수위를 높이는 내용의 개정안을, 강민정 민주당 의원은 5인 미만 사업장까지 법안 적용 대상을 확대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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