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태양광 웨이퍼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중국이 관련 제조 기술의 수출을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중국에 대한 첨단 반도체 수출 제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 미국에 맞불을 놓고 자체 태양광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미국·유럽연합(EU)·인도 등의 추격도 뿌리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지난해 11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대면 정상회담 이후 재무장관 회담이 열리는 등 양국의 해빙 무드가 조성되는 듯하지만 물밑에서 주요 2개국(G2) 간 패권 전쟁은 더 격화하는 분위기다.
27일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상무부가 지난해 12월 말 기술 수출입 관리 강화를 위한 ‘수출 제한·금지 기술 리스트’ 잠정 수정안을 발표하고 28일까지 의견을 수렴 중이라고 전했다. 해당 안에는 첨단 태양광 웨이퍼 제조 기술의 수출을 제한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웨이퍼는 폴리실리콘 기둥을 절단한 얇은 판으로 태양전지를 만들 때 없어서는 안 되는 기초 소재다. 중국은 전 세계 웨이퍼 생산량의 97%를 차지하고 있다.
앞서 미국이 중국을 겨냥해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반도체 수출 규제 등을 단행하자 중국도 자국이 우위인 태양광발전 기술을 활용해 반격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태양광 산업에서 중국의 독보적인 위치를 사수하려는 목적도 있다. 리서치 업체 트리비움차이나의 코시모 리스 애널리스트는 “중국은 미국과 EU·인도 등이 태양광 산업의 독자 공급망을 구축하는 것을 심히 우려한다”며 “이번 검토는 경쟁국의 추격 속도를 늦추기 위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화석연료를 대체할 가장 유력한 에너지원으로 태양광이 부상하는 가운데 태양광발전 기술의 전략적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IRA를 시행하며 탈탄소와 풍력·태양광·배터리 등 친환경 에너지 산업의 미국 내 생산 확대 등을 위해 3740억 달러(약 459조 원)를 지원하기로 했다. 이 중 태양광·풍력 부문 지원액은 300억 달러(약 36조 8000억 원)에 달해 보조금 혜택을 바라고 미국 내에 태양광 공장을 설립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최근 한화솔루션이 내년까지 미국 조지아주에 3조 2000억 원을 투자해 북미 최대 규모의 태양광 통합 생산 단지 ‘솔라허브’를 구축하겠다고 발표하자 바이든 대통령은 이를 “미국 경제에 대형 호재”라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EU도 지난해 12월 태양광 산업의 중국 의존도를 줄이고 역내 태양광 공급망을 구축한다는 목표로 ‘태양광산업연합(SPIA)’을 공식 발족했으며 태양광발전 역량을 크게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운 바 있다.
중국 기업들은 지난 10년간 더 크고 얇은 웨이퍼를 생산하기 위한 첨단 기술을 발전시켜 태양광발전 비용을 90% 이상 감축했다. 리스 애널리스트는 “만약 이번 조치로 외국 기업들이 (중국의 첨단 웨이퍼가 아닌) 구식 버전의 웨이퍼를 사용하면 그들이 생산하는 태양광 패널의 가격 경쟁력은 떨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이와캐피털은 “웨이퍼 시장에서의 중국의 시장지배적 위치와 상대적으로 높은 관련 분야의 진입 장벽을 고려할 때 중국이 기술 유출을 피하기 위해 수출을 금지하는 것은 합당한 결정”이라고 평했다. 중국은 아직 수출 제한 여부를 최종 확정하지 않았으며 의견 수렴을 거쳐 최종안을 도출할 예정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