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현행 제도대로 유지될 경우 2055년에 완전히 고갈될 것으로 전망됐다. 5년 전 예상했던 2057년보다 2년이나 앞당겨진 것이다. 국민연금 재정추계전문위원회는 27일 시산(試算) 결과 발표에서 “국민연금기금이 2040년 최대 1755조 원에 달한 뒤 2041년 수지 적자가 발생하고 이후 급속히 감소해 2055년 소진될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연금 고갈 시점이 앞당겨졌다는 것은 개혁을 더는 미룰 수 없게 됐다는 점을 의미한다. 저출산·고령화로 돈을 낼 사람은 줄고 받을 사람은 불어나는 상황에서 ‘더 내고 덜 받는’ 방식으로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얼마 전까지 국민 수용도를 고려해 ‘더 내고 더 받는’ 방식의 개혁 방안이 거론됐지만 예상보다 악화한 재정 추계가 나온 이상 ‘더 받는’ 방식은 현실적으로 어렵게 됐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다수 전문가들은 소득대체율(40%)을 유지하되 현재 9%인 보험료율을 단계적으로 15~17%까지 올리는 방안을 제시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평균 보험료율이 18.2%라는 점을 고려한 안이다.
연금 개혁은 세계적인 추세다. 프랑스 정부는 최근 연금 수급 연령을 최소 2년 이상 늦추는 내용의 개혁안을 발표했다. 저출산·고령화 속도가 가파른 우리는 프랑스보다 상황이 더 나쁘다. 국민연금과 공무원 등 직역 연금을 한 테이블에 올려놓고 개혁하는 방안이 거론되는 이유다. 이미 공무원·군인연금은 고령화로 인한 수급자 증가로 적자가 커져 세금으로 메워주는 신세다. 지난 대선 때 여야 후보들이 인상을 약속한 기초연금은 고령 인구 증가로 부담이 갈수록 커져 노후 소득 보장 체계 전반을 고려한 대수술이 불가피하다. 지난해 OECD가 한국의 공적 연금 제도 간 기준 일원화를 권고했던 배경이다.
연금 개혁은 국가의 지속성과 미래 세대의 안정적 삶을 위한 시대적 과제다. 보험료율 인상에는 저항이 따르므로 전국 단위의 선거가 없는 올해가 연금 개혁의 골든타임이다. 정부와 여야 정치권은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각오로 연금 개혁에 나서야 한다. 국회는 올해 상반기에 본격 논의한 뒤 정기국회 때까지 관련 법안을 처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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