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내년 1월로 예정된 국가정보원의 대공 수사권 경찰 이관과 관련해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윤 대통령은 26일 국민의힘 지도부와의 오찬 회동에서 “(대공 수사는) 해외 수사와 연결돼 있기 때문에 국내 경찰이 전담하는 부분에 대해 살펴봐야 할 여지가 있다”며 ‘업무적 보강’ 방안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은 대공 수사권의 경찰 이관을 재고해야 한다고 주장해왔으나 윤 대통령이 이에 대해 입장을 표명한 것은 처음이다.
대공 수사권 이관은 2020년 12월 여당이던 더불어민주당이 국회에서 국정원법 개정안을 여야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통과시킨 데 따른 것이다. 대공 수사는 수십 년간 정보를 축적하면서 고도의 노하우를 쌓아야 제대로 성과를 낼 수 있는 분야다. ‘이석기 내란 음모 사건’은 내사에만 3년 넘게 걸렸다. 대공 수사 노하우도 거의 없지만 1년 단위로 주요 간부의 인사가 이뤄지는 경찰 조직이 이를 전담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더 큰 문제는 경찰의 해외 방첩망이 없다는 점이다. 간첩 사건의 경우 해외 접촉이 많은데 경찰 조직으로는 외국 정보기관과의 협력도 수월하지 않다. 최근 반국가·이적 활동 의혹을 받고 있는 민주노총 전현직 간부 등이 북한 공작원과 접촉한 장소도 중국·베트남·캄보디아 등이었다.
국정원의 최근 수사에서도 드러났듯이 북한은 끊임없이 대남 공작을 벌이고 있다. 그런데도 간첩 적발 건수는 2011~2016년 26건에서 문재인 정부 시절 3건으로 급감했다. 북한 정권이나 해외와 연계돼 우리 사회 곳곳에 침투한 간첩과 이적 세력을 제대로 적발하지 못한다면 국가 안보와 국민 안전이 심각한 위협에 직면할 수 있다. 북한의 공작 등에 따른 반국가·이적 행위를 막아내려면 대공 수사권의 경찰 이관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여야 정치권은 국정원의 대공 수사권을 유지하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 대공 수사권을 일단 경찰로 이관할 경우 최소한 국정원과의 공조수사 체제 등 보완 방안이라도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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