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반도체 장비 업체들을 보유한 네덜란드와 일본이 미국의 대중 수출 통제 방침에 합류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네덜란드 ASML, 일본 니콘 및 도쿄일렉트로닉스 등이 생산하는 첨단 반도체 장비의 중국 유입이 차단될 것으로 보인다.
2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즈(NYT)에 따르면 3국은 지난 27일 워싱턴DC에서 열린 제이크 설리번 미 국가안보보좌관 주재 고위급 협상에서 이같은 방안에 합의했다. 다만 사안의 민감성 때문에 이를 공개적으로 발표하지는 않았으며, 세부 사항도 불분명하다고 NYT는 전했다.
미국 정부는 지난 10월 미국 기술과 장비를 활용한 중국의 첨단 반도체 제조가 군사적 목적으로 전용되고 있다는 이유로 고강도 대중 반도체 수출 통제를 단행했다.
당시 미국은 해외에서 생산된 제품에 대해서도 미국 기술이 활용됐다면 상무부가 수출 통제를 할 수 있도록 하는 ‘해외직접생산품규칙(FDPR·Foreign Direct Product Rules)’을 적용했는데, 이는 반도체 제품에만 적용됐다. 이에 따라 미국은 규제를 촘촘히 하기 위해 네덜란드와 일본 등을 상대로 대중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에 동참해줄 것을 촉구했다.
이번 합의가 실행되면 네덜란드 ASML의 심자외선(DUV) 노광장비의 중국 수출도 중단될 것으로 보인다. 네덜란드는 이미 반도체 초미세공정의 핵심 장비인 극자외선(EUV)의 노광장비의 중국 수출을 차단했으나, 미국은 이보다 낮은 단계 기술인 DUV 의 수출통제까지 요구했다고 NYT는 보도했다. 다만 일본과 네덜란드가 새로운 규제를 시행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한편 일본과 네덜란드가 미국의 수출 통제에 동참함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내 반도체 공장 역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미국 정부는 중국에 반도체 공장을 보유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해서는 수출통제 조치를 1년 유예한 바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미국의 장비가 들어오지 못하는 이상 일본과 네덜란드의 장비 만으로 첨단 반도체 제조를 할 수는 없다"면서도 "양국과도 잘 협의해서 우리 기업들의 리스크를 최대한 줄이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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