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세금 미납 문제로 논란을 빚은 나딤 자하위 보수당 의장을 결국 해임했다.
29일(현지 시간) 가디언지에 따르면 수낵 총리는 일요일인 이날 자하위 의장을 수신인으로 한 서한에서 그가 영국 장관법(Ministerial Code)을 심각하게 위반한 것으로 판단해 해임 조치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관계 당국에 자하위 의장의 세금 미납 문제를 조사할 것을 지시했다.
이번 논란은 자하위 의장이 지난해 7월 재무부 장관으로 임명될 때 처음 불거졌다. 그가 2000년 공동 설립한 온라인 여론조사 업체 유고브의 주식과 관련해 납부 의무가 있는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았다는 것이 논란의 핵심이다. 이와 관련해 자하위 의장은 세금 미납은 고의가 아닌 부주의 때문이었으며, 이후 세금과 미납으로 생긴 벌금 등 총 480만파운드(약 73억원)를 국세청에 납부해 문제를 마무리 지었다고 해명했다. 자하위는 지난해 7월 보수당 대표이자 차기 총리를 뽑는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재무장관 직에서 물러났지만 당선에는 성공하지 못했고, 이후 우리나라의 당 사무총장과 비슷한 역할을 하는 보수당 의장으로 이동했다.
수낵 총리도 불과 며칠 전까지 자하위 의장이 자리를 내놓을 필요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나 현지 언론들은 비판 여론이 계속 확산하고, 야당인 노동당은 “수낵 총리가 힘이 없어서 자하위 의장을 해임하지 못한다”고 공세를 높이자 결국 해임으로 돌아섰다고 설명했다.
특히 전임인 리즈 트러스 전 총리가 설익은 대규모 감세안을 내놓았다가 취임 44일 만에 자진 사퇴하며 보수당을 향한 여론이 싸늘하게 식은 것도 수낵 총리한테는 부담이 됐다. 윤리 위반 문제가 불거진 자하위 의장을 옹호했다가는 가뜩이나 노동당에 지지율이 뒤지는 상황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지난해 11월 개빈 윌리엄슨 전 국무장관이 동료에게 폭언을 했다는 의혹으로 낙마하고, 도미닉 라브 법무부 장관도 과거 직원을 괴롭혔다는 의혹으로 조사를 받는 등 내각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잇따르기도 했다.
노동당은 이번 기회에 수낵 총리도 세금 미납으로 벌금을 낸 적이 있는지를 공개하라며 강공을 펼치고 있다. 수낵 총리는 지난해 인도 재벌의 딸인 부인이 송금주의 과세제를 이용해서 해외 소득에 대해 세금을 내지 않은 것이 알려지며 곤욕을 치르는 등 세금과 관련해선 껄끄러운 상황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