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사슬이 신성장 동력을 얼마나 가로막고 있는지에 대해 현직 광역자치단체장이 현장의 목소리를 절절하게 전했다. 김영환 충북지사는 28일 페이스북에 ‘대통령님 저 정말 미치겠습니다’라는 호소문을 올려 규제 철폐를 호소했다. 그는 첨단 산업단지 유치, 청남대 개발, 청주공항 활용 등을 가로막는 규제의 문제점들을 꼼꼼히 지적하면서 “봄이 오면 머리띠 두르고 오송과 청주공항 활주로에 드러눕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그는 “(규제 철폐를 위해) 감방 갈 각오를 하고 있다”는 말까지 했다.
김 지사는 먼저 ‘청주 오송3생명과학 국가산업단지 조성 사업’ 문제를 꺼냈다. 2018년 충북 오송읍 일원이 국가산업단지 후보지로 결정됐지만 농지 전용과 관련해 농림축산식품부가 불가 입장을 보이며 지지부진한 상태다. 옛 대통령 별장인 청남대와 관련해서도 “별장 주인들이 다 하늘나라로 가셨는데 55만 평 정원에 커피숍과 호텔 하나를 못 짓는다는 말인가”라며 “단 1㎝의 규제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어 “바다가 없어 오직 항공 물류에 의존하는 청주공항에서 단 한 대의 화물항공기를 띄우지 못하고 있다”며 활주로 길이 규제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규제 장벽으로 피가 마르는 것은 글로벌 경제 패권 전쟁에 나선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2014년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 증설에 필요한 송전선 설치에는 무려 5년이나 걸렸을 정도다. 대만 국영기업인 대만전력이 지난해 반도체 기업 TSMC의 2나노 공장 운영에 차질이 없도록 고압발전소를 추가로 짓겠다고 선제 발표한 것과 대비된다. 이러니 해외에서는 정부와 기업, 여야 정치권이 ‘원팀’처럼 뛰는데 우리는 되레 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비아냥이 나오는 것이다. 이런데도 거대 야당은 전략산업 육성을 위한 규제 혁파와 세제 지원 방안 등에 대해 “재벌 특혜”라며 어깃장을 놓고 있다.
성장 동력을 재점화하려면 ‘규제 공화국’의 오명에서 벗어나야 한다. 정부는 일관되게 규제 혁파에 나서고 국회는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도록 입법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규제 혁파보다 규제 신설을 더 많이 하는 잘못된 입법 관행도 타파해야 한다. 도지사가 규제 때문에 못 살겠다며 절규하는 나라가 정상은 아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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