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8일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 사업 비리 의혹 관련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해 12시간가량 조사를 받았다. 책임 있는 제1야당 대표라면 자신에게 제기된 의혹에 대해 성실하게 답변하는 것이 최소한의 도리이다. 하지만 이 대표는 10일 성남FC 후원금 관련 성남지청 조사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대부분 모르쇠로 일관했다. 출석하면서 A4 용지 33쪽 분량의 진술서를 제출하고는 대다수 질문에 “진술서로 갈음한다”는 대답만 반복한 것으로 전해졌다. 진술서도 부실해 민간 업자들에게 불법 금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이 대표의 최측근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등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이 대표는 대장동 개발 사업 지분이 7%에 불과한 민간 업자에게 4040억 원의 개발이익을 몰아주고 성남시에는 1827억 원의 손해를 끼친 배임과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다.
이 대표는 정부와 검찰을 맹비난하고 공격하는 여론전에만 열중하고 있다. 그는 서울중앙지검 조사 전 포토라인에서 “검사 독재 정권이 법치주의와 헌정 질서를 파괴한 현장” “정적 제거를 위해 국가 권력을 사유화한 최악의 현장” 등 거친 표현을 쏟아냈다. 조사 뒤에도 “검찰의 행위야말로 국가 권력 사유화”라며 “기소를 목표로 조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작 법치주의를 흔들고 권력을 사유화한 장본인은 이 대표 자신이 아니냐”는 비판의 소리가 커지고 있다. 자신의 혐의와 관련해서는 법과 증거를 들어 소명하지 않으면서 검찰 수사에 대해 무조건 ‘조작’이라고 정치적 주장을 하는 것은 사법 시스템 불복이라는 것이다. 또 검찰 때리기와 이 대표의 개인 비리 의혹 덮기에 당 소속 의원을 동원하는 것은 ‘공당(公黨)을 사당화(私黨化)하는 행태’라는 지적이다. 이 대표는 대장동 개발, 성남FC 후원금 외에도 변호사비 대납 등 여러 갈래 ‘사법 리스크’ 의혹의 중심에 있다. 이 대표는 이제라도 자신에게 쏟아지는 비판을 새겨듣고 대장동 2차 조사 등 검찰의 추가 소환에 성실히 임해 의혹의 진실을 소상히 밝혀야 한다.
.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